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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Mar 08.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10. 도시의 사람들


도나와 진주는 서둘러 카페에서 나왔다. 더 늦기 전에 집에 가야 시골 마을까지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둘은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변 터미널로 이동했다. 퇴근 시간에 지하철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도나와 진주는 서로의 몸에 지탱하여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모두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도나는 그 상황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뭐가 궁금해서 저렇게 휴대폰을 보고 있을까? 도나 역시 휴대폰을 보지만 때로는 폰을 보고 있는 자신을 보면 헛헛한 마음이 들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다른 사람들이 휴대폰을 보는 심리가 궁금해졌다. "나는 휴대폰을 좀 오래 만지고 있으면 공허하고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휴대폰을 보는 걸까?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지인과의 연락, 그리고 SNS, 영상 보는 것일텐데...물론 가끔은 업무때문에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서로 폰을 보기 바쁘고 특히 요즘은 가상 세계에까지 빠져드는 현실. 도나는 저 사람들은 나처럼 헛헛한 마음이 들거나 하지 않는 것일까? 과연 나만 그런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매정류장 마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도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저 사람들도 본인들이 이미 휴대폰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생활에 익숙해져 이제는 없으면 불안해서 알면서도 계속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는 깊이 생각에 잠긴 도나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진진하게 해?”

“웅? 아, 나 사람들 휴대폰 보는거 보면서 나는 어떤가 또 저 사람들은 어떤가?에 대해서 좀 생각해봤어. 

넌 어때?”

“뭐가?”

“요즘 다들 휴대폰을 많이 보잖아. 대중교통 타면 특히 더 많고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음...글쎄...나도 지금 이렇게 정보의 노예가 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 같진 않아.”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만 그런 생각하는 줄 알았어. 역시 우린 통한다니까”


진주와 도나는 한강을 지나는 지하철 안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볼 뿐 아무말도 하지 읺았다.  


   



다음 날 아침 도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울 올라갈 준비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동안 급한 대로 사우나에서 며칠 지내면서 일이 좀 할만하면 그때 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간단하게 생필품과 옷가지들을 좀 챙기니 백팩 하나가 순식간에 가득 찼다. 

왈왈왈 왈왈 왈왈왈. 나가려던 참에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준비는 다 했어?”

“웅 방금 짐 다 쌌어. 걱정돼서 전화했어?”

“웅웅. 가는데 데려다 주지도 못하고 해서, 근데 그보다 할머니한데 인사는 하고 가야되지 않겠어?”

“아니야. 할머니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원으로 찾아가면 놀라실 거야. 그럼 또 더 걱정하실테고. 내가 얼른 돈 벌어서 할머니 병원비 마련해서 찾아가면 돼. 여튼 고마워. 내 친구 너가 있어서 진짜 외롭지 않고 힘난다.”

“아침부터 닭살 돋게 왜 그래... 어쨌든 난 언제든 너의 편이 돼줄게.”

     

도나는 진주의 따뜻한 응원을 받고 집을 나섰다. 그 순간 앵두가 보였다. 작고 귀여운 앵두가 꼬리를 흔들며 쫄레쫄레 따라나왔다. 앙증맞은 두 발은 볼 때마다 힐링이 되었다. 도나는 진주에게 전화 걸었다.


“진주야, 우리 앵두 좀 봐줄 수 있어? 내가 앵두 생각을 못했어.”

“아 맞다. 앵두 내가 봐줄게. 같이 놀아야지.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내가 지금 바로 갈게.”

“그럼 내가 좀만 기다리고 있을게. 너 올 때 까지.”

“그래. 얼른 뛰어갈게.”     


통화가 끝나고 얼마 후 진주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도나가 서울 가는 길이 혹시라도 늦을 까봐 뛰어온 것이었다. 도나는 뭘 그렇게 뛰어왔냐며 고마워했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진주가 앵두를 데리고 가고 도나도 집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할머니의 이발소가 보였다. 도나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한참을 미용실을 바라봤다. 할머니가 없는 미용실은 마치 폐건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도나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할머니가 건강하게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버스정류장 도착하자 마침 버스가 바로 왔다. 도나는 서울로 가는 버스에 타자마자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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