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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Mar 02.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9. 첫 번째 면접


"굿모닝.”

“잘 잤어?”

“웅, 밤새 잠이 안와서 좀 뒤척이긴 했는데 그래도 좀 잤어.”

“잘했어!”   

  

진주는  다정하고 언니 같은 친구였다. 도나와 진주는 나란히 버스 앞쪽 자리에 앉았다. 도나가 멀미를 해서  번도 뒤쪽 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도나는  들었다. 멀미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진주와 도나는 오랜만에 중학생 이후로는 가본  없는 롯데월드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사람 많은 곳에  것도 신나고 지하철도 마냥 신기했다. 둘은 간단하게 분식으로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롯데월드에 갔다. 진주가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서 어린이들이   있는 놀이기구들만 탔다. 스릴은  부족했지만,  재미있었다. 간만에 둘의 사진도 남기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후 3시가 훌쩍 지났다. 어딘가  가서 놀기엔 시간에 애매해 우선 면접 보기로  여의도로 가서 근처 카페에서  쉬고 있을 계획이었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도나는 턱을 괴고 말했다.


“글쎄, 공부 잘하는 사람들 아닐까?”

“그런가? 하긴 여기 건물만 봐도 다 금융건물이고 국회도 여기 있고.”

“맞아. 어쨌든 공부 좀 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

“하...우리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이런 곳에서 사원증 딱 메고 일할 수 있을까? 나처럼 당장 할머니 병원비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바(BAR)에서 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지?”


도나는 갑자기 본인의 신세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


그런게 어디있어, 그냥 본인의 상황에 맞게  살면 되는거지! 다른 사람들과 굳이 비교하면서  필요는 없잖아.”

“맞아, 맞는 말인데...나도 저 사람들처럼 근사한 옷 차려입고 근사한 회사 다니면 좋겠지.”

“그거야 그렇지. 근데 그렇게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괴롭힐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

“맞아. 내가 또 괜한 주접 떨었다. 그래도 난 괜찮아 할머니 계시고. 또 이렇게 할머니 병원비 벌겠다고 노력 중인데 이 정도면 나도 꽤 괜찮은 사람 아니야?”

“그래 너 꽤 괜찮은 사람이야! 친구라서 하는 말 아니고 진심으로.”

    

도나는 한동안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주의 칭찬으로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면접 시간 30 전이었다. 다행히 카페가 면접 보는 곳까지 걸어서  5 거리에 있어 여유가 있었다. 도나는  약속시간 10 전에 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 오늘도 역시 10 정도 여유를 가지고 면접 보러 갔다.    

 

 쉬고 있어. 금방 면접보고 올게.”

“웅. 잘 보고와. 아자아자!!”

    

도나는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하고 면접 보러 갔다.

 

안녕하세요…”


도나는 조심스럽게 인사하며 (Bar)에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두웠다. 어두운 내부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늘씬하고 예쁜 여자  분이 오더니 어떻게 왔냐고 물었다. 면접 보러 왔다고 하자 안쪽 방으로 안내하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에서 기다린지 얼마 후 여자 한 분이 인사하며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름이...최도나 맞죠?”

“네, 맞습니다.”

“올해 20살이네요?”

“네”

“대학생이에요?”

“아니요...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 못했습니다.”

“아 그랬구나, 괜찮아요. 전 대학교 별로 신경 안 써요. 이 일은 어떻게 지원하게 된 거에요?”

“아, 그게 제가 돈이 좀 필요해서요.”

“그렇겠지, 대부분 돈이 필요해서 하니까. 이해해요. 기간은 어느 정도 생각해요?”

“기간을 정해놓지는 않았는데요, 할머니 병원비 벌 수 있을 때까지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할머니가 아프시구나. 돈 많이 필요하겠네.”

“네...그래서 꼭 여기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전 도나씨 마음에 들어요. 유니폼 입고 화장만 좀 하면 손님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아요. 우선 일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면, 손님들이 막 터치하고 이러진 않아요. 그냥 손님 옆에서 술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 들어주면 돼요. 근데 가끔 진상들이 있어, 예를 들면 자기 옆에 앉으라든지 아니면 갑자기 스킨십 한다든지? 그런 사람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니까 걱정 안해도 돼요. 그러니까 도나씨는 첫 출근하면 여기 언니들이랑 같이 들어가서 처음 왔다고 인사하고 이야기 들어주면서 술 조금씩 배우면 돼요. 술은 꼭 다 마실 필요 없어요. 언니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 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겠죠?”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어요?”

“네 가능해요.”

“아, 그리고 퇴근할 때 택시비도 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도나는 면접에 합격하여 기쁜 마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이나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 도나에게는 가장 반가운 일자리였다. 도나는 면접 보는 동안 본인을 기다렸을 진주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발길을 재촉했다. 다행히 카페까지 많이 멀진 않아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진주야 많이 기다렸지? 면접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왔어. 뭐하고 있었어?”


도나는 진주가 대답할 틈도 없이 미안한 마음을 속사포로 내뱉었다. 평소 도나의 성격을 너무 잘 아는 진주는 도나의 말이 끝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줬다. 도나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진주가 대답을 했다.


“나도 그냥 일자리 좀 보고 있었어.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양복입고 있는 사람들 보면서 나는 뭐하고 있는 걸까?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좋은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 좀 했어. 참 면접은 어땠어? 잘 봤어? 당연히 잘 봤겠지!! 최도나인데.”   

  

진주는 도나를 무한 신뢰했다. 도나는 일자리 보고 있었다는 진주의 말에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친구 앞에서 내색하기 싫어 면접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나? 당연하지. 나 프리패쓰잖아. 사장님이 나 보고 맘에 든다며 바로 내일부터 출근하래. 일터 분위기는 처음 접해 보는 환경이라 조금 낯설지만 일하다 보면 익숙해 질 것 같아.”

“그래? 최도나는 어디 내놔도 잘 하니까. 걱정 안되지만, 손님들이 좀 걱정된다...”

“걱정하지 마. 나도 한 성격 하잖아? 우리 이제 집에 가자.”

 맞다.  집에 가는  잊고 있었어.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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