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원 Mar 02.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8. 잘할 수 있을거야


낑낑낑 끙끙 끄으응!

방문을 열고 들어서기도 전에 강아지가 유리문에 매달려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도나는 요 며칠 할머니가 없어 적적했는데, 말은 안 통하지만 움직이는 생물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 한 곳이 뭉클하면서 감사했다. 발을 핥고 다리주위를 맴돌며 반갑다고 온몸으로 반기는 강아지를 보며 도나는 잠시 강아지가 진정될 때까지 그대로 방바닥에 누웠다.


핑크색 발바닥으로 열심히 도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핥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나고 흥분이 진정됐는지 도나 옆에 와서 발라당 배 까고 누웠다. 그 모습에 도나는 또 한 번 심장을 부여잡았다. 어쩜 저리도 귀여운지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비록 도나의 몸은 강아지의 침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그것마저도 행복하고 감사했다. 도나는 강아지의 핑그스름한 배를 만지며 혼잣말을 했다.


너의 이름을 뭐로 지으면 좋을까?


배를 만져줬더니 편했는지 고새  잠이 들었다. 쌕쌕거리며 자고있는 모습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도나는 강아지가 깨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서 샤워실로 향했다. 도나는 샤워하는 동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강아지 이름을 뭐로 지으면 좋을지 생각했다. 뭔가 톡톡 튀고 한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거기에 본인의 이름을  넣어서 짓고 싶었다.  새끼인 것처럼. 그러다 문득 좋은 이름이 생각났다. 앙증맞고 귀여운 것이  ‘앵두 연상케 해서 도나의 두로 바꿔서 ‘앵두 짓기로 했다. 도나는 본인이 지은 이름에  만족해하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마침 앵두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나는 새로운 이름을 알려주기 위해 계속해서 앵두를 불렀다. 앵두는 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부르니 본인의 이름인 것을 알았는지 ‘앵두야하고 부르면 귀를 쫑긋 세우고 돌아봤다.  모습에 도나는 뿌듯해서 괜히    불렀다. 앵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나니 벌써 밤이 깊어졌다. 도나는 노트북을 꺼내 구직 사이트를 켜고 그동안 찾아보면서 찜해놨던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이력서는 넣었지만 사실 이쪽으로는 아예 경험이 없어서 연락이   수도 있다는 각오로 넣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현재 도나에게 필요한 목돈을 벌기 위해서는  해야만 했다.


이제 주사위는 도나의 손에서 던져 졌으니 회사들의 결정만 남았다. 그동안 계속해서 미리 찾아보고 어디에 이력서를 넣을지 미리 정해둔 덕에 빠르게 이력서를 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은 깊어가고 시계바늘은 다음 날을 알리는 00시를 가리키는데 도나의 눈은 좀처럼 감기지 않았다. 이런저런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앵두가 어느새 도나의 머리맡에 누워 있었다. 도나는 눈을 감은 채 앵두의 배를 만지면서 잠을 청했다. 도나는 신기하게도 앵두의 부드럽고 온기가 도는 핑크색 배를 만지면 본인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      


”앵두야, 고마워. 내 곁에 와줘서. 네가 있어서 얼마나 심적으로 안정이 되고 좋은지 몰라.“


도나위 혼잣말에도 앵두는 도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쌕쌕대며 혀를 조금 내놓고 깊게 자고 있었다. 도나는 진심으로 앵두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혼자가 아니라고. 도나와 앵두는 서로 번갈아 가며 숨을 내쉬고 들이쉬며 사이좋게 잤다. 혼자였으면 외롭고 쓸쓸했을 여름밤이 앵두가 있어 포근한 밤이 되었다. 부엉, 부엉,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밤이 늦었다는 신호를 해주었다.



왈왈왈.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렸다.

도나는 전화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이력서를 넣어놨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았다.     


”여보세요?“

”최도나씨죠?“

”네...“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는 이력서 넣어주신 유니크 바(BAR)에요.“

”아아 네네. 죄송해요. 제가 자다 일어나서.“

혹시 이쪽 일 경험은 있어요?“

”아니요...없어요.“

”음...잘할 수 있겠어요?“

”네. 그럼요. 제가 일 센스가 있어서 어떤 일이든 한 두번만 하면 금방 배워요.“

”여긴 일터지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닌데...?“

”네? 아 그러니까 제 말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잘할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도나는 어떻게 해서든 면접을 보고 싶었다.


”그래요? 그럼 면접 보러 올래요?“

”네.“

”혹시 내일도 가능해요?“

”네네 가능합니다.“

”그럼 내일 오후 7시에 면접 보죠.“

”네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나는 허공에 감사인사를 했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잠이  깼다. 도나는 유니크 (BAR) 검색해봤다. 아무래도 (Bar)여서인지 간단한 간판 정보와 위치 외에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자체가 처음이어서 긴장됐다. 전화로 잠깐 목소리 들었지만 뭔가 마담의 포스가 흐르는 목소리였다. 일단 내일 면접 보기로 했으니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면접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나는 아직 일하게  것도 아닌데 돈을   있다는 생각에 들떠 바로 진주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나 면접 보러 간다!! 야호!“


도나는 신나는 감정을 주체못하고 소리 질렀다.


”어디 면접 보는데?“


신난 도나와 달리 진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어제 병원에서 말했잖아. 바에서 일해보겠다고. 바 면접 보게 됐어.“


진주의 차분한 목소리에 흥분되어 있던 도나도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어딘데? 우리 동네는 시골 동네여서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고.“

서울에 있는 유니크 (BAR).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간다.  너두 같이 갈래? 아 맞다!! 너 입원해 있어서 안돠겠구나…

? 오늘 오후에 퇴원해. 면접은 몇시까지 가야 되는데?“

오 정말? 퇴원 축하해!! 면접은 저녁 7.“

 그렇게 늦게 ? ...맞다. 일정 한번 보고 저녁 전에  할게.“

”그래. 고마워. 역시 내 절친.“


일정을 확인해본다고 했지 같이 간다는 말은 안했음에도 도나는 진주가 같이 가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기뻐했다.     

‘카톡, 카톡’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귀여운 카톡 음이 연달아 울렸다. 카톡 음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진주의 카톡 음만 따로 설정해뒀기 때문이다.     


”낼 같이 가자. 오랜만에 나도 서울 구경 좀 하고 와야지.“

”그래. 역시 같이 갈줄 알고 있었어.“

”낼 몇 시에 만날까?“

”우리 서울 구경도 해야 되고 하니까 아침 9시쯤 버스 타고 가는 게 어때?“

”좋아. 그럼 9시 10분 버스 타고 가자.“

”콜!! 그럼 버스정류소에서 만나자.“

”내일 봐.“

”오키도키“     


도나는 이제 할머니 없이도 혼자 밥도 잘 해먹고 집 정리도 잘했다. 사실은 혼자 있어도 밥 잘 해먹고 집 잘 정리하면서 적응하려고 매우 노력하는 중이었다. 언젠가는 할머니와의 이별이 올 것을 알기에 너무 슬프지만 그래도 혼자서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준비해야 했다.      


”앵두야! 나 내일 면접 보러 가는데 하루만 혼자 있을 수 있겠지?“

”...“

”그래, 잘할 수 있을 거야. 너두 집에 혼자 잘 있을 수 있고, 나도 면접 잘 볼거야.“

내일 면접  봐야지.  볼거야.“     


도나는  번이고 ‘ 할수 있을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전 12화 열혈 취준생의 비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