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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Feb 26.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7. 병문안


여보세요? 수술은 잘됐어? “

”웅, 의사 선생님이 잘 됐대. “

”다행이다. 내가 병문안 갈게. 병원 주소 보내줘! “

”안 와도 돼. 바쁜데 뭐하러 와. “

베프가 아픈데 안 가냐? 내가 아프면   올 거야?? “

”아니, 그 말이 아니라. “

”그래, 그러니까 주소나 보내!!“

    

도나는 얼른 준비해서 진주가 입원해 있는 춘천 병원으로 갔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흥건해지는 날씨에 에어컨 바람은 한줄기 오아시스였다. 도나는 버스 좌석에 앉자마자 땀범벅으로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에어컨 바람을 쐬었다. 한참을 앉아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더위가 조금씩 사라졌다. 도나는 버스에서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보면 멀미해서 항상 창가 자리에 앉아서  곳을 바라보거나 잠을 . 좌석도 앞쪽 아니면 중간 쪽에만 . 오늘도 도나는 중간 좌석에 앉아 바로  감고 잠을 청했다. 항상  감고 자면 거의 도착할 때쯤 일어나는, 이번에는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머릿속이 복잡해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눈은 감고 있었지만, 나오는 것은 한숨 뿐이었다. 아픈 할머니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면  걱정할  같아 알고 있다는 말도  하고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모르는 척하고 넘길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답답하고 속상했.


이것저것 계속 생각하느라 결국 잠은  자고 춘천에 도착했다. 병실에 도착하니 진주는 단잠에 빠져 있었다. 진주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앉았다. 기분이라도 좋아지라고 진주가 좋아하는 꽃을 사서 갔다. 다행히 먹는  뭐든 먹을  있다고 하여 진주가 평소 좋아하는 라면과 과자를 사갔다. 몸에 좋은 음식은 이미 진주 어머니가  해주셨을  같아서였다. 몸에 좋은 음식도 좋지만, 가끔은 불량식품의 맛이 그리울 때도 있다. 도나 역시 예전에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불량식품이 많이 그리웠던 기억에 친구를 배려해서   것이었다. 도나는 챙겨 온 꽃과 불량식품을 조용히 정리하는 사이 진주가 잠에서 깼다.   

  

”언제 왔어? “

방금,  자고 있길래 조용히 들어. 발은  어때? 괜찮아? “

, 마취가 풀렸을  너무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아. 바쁠 텐데 뭐하러 왔어... “


진주는  왔냐며 나무랐지만 내심 기쁜 표정이었다. 도나는 그런 진주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나 밖에 없는 베프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당연히 와야지! 바람도 쐬고 맨날 시골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

”그래. 잘했어. 겸사겸사 좀 쉬었다 가. 참 할머니와 이야기는 해 봤어? 많이 안 좋으시대? “

”음... 아직, 사실  전화받고 바로 할머니한데 전화해서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프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막상 할머니 목소리 들으니까 말을 못 하겠더라... 안 그래도 내가 걱정하는  싫으셔서 작은할머니 돌봐드린다고 거짓말하고 가셨는데 거기서 내가 할머니 아픈  알고 있다고 하면  걱정하실  같아서  못 했어. 그냥   있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오면 그때 말하려고. “

”하,,, 참 너 말도 이해가 된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 그 상황에서 어떻게 물어보겠어. 잘했어. 아직 정확히 할머니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몰라도 많이 심각하진 않으실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

예쓰,  근데 요즘 고민이 있어. 사실 이거 진짜 아무한데도  안 한건데... 너니까 말하는거야. 너무  좋게 생각은  으면 좋겠어. “

뭔데? 뭔데 그렇게  들여. 내가  좋게 생각할  뭐가 있어. 너의 선택 항상 존중하고 누구보다 응원하는 절친인데. 그런 생각하지 말고 얼른 말해봐. “     


도나는 한참을  들이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음... 있잖아 내가 할머니가 아프시다는 말을 듣고 진짜 생각 많이 해봤거든? 근데 내가   있는  할머니 병원비를 미리 마련하는 것 말고는 지금 당장 할  있는  없는 거야. 그래서 돈이 필요한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 아예 사회초년생이고 모은 돈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 “

”그렇지 우리가 돈을 모아봤자지. 그래서? “

그래서 단기간에  많이   있는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대부분  술집(bar)에서 야간에 일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야. 이게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나도 아는데   해볼까 하고... 어떻게 생각해? “


진주는 도나의 말을 들으면서 조용히 음료수만 마실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나의 말이 끝나고 한참 뒤에 음료수 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  마음 충분히 이해가 . 근데 솔직히 나는 친구로서   일은  했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일을 해야겠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않을 거야. 대신에  일을 오래는 하지 않기로 약속해. 그리고 내가 모아둔 돈이 많지는 않지만, 할머니 병원비에 보태줄  있어.  돈은 갚아도 되고  갚아도 . “

”후, 고맙다. 내 친구 역시 난 친구 하나는 잘 뒀다니까. 그렇지? “

”그래, 나 같은 친구 둬서 복 받은 줄 알아. “

그래도 너랑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속이  후련하다. 사실 며칠 동안 아르바이트 사이트 보면서 엄청 고민했거든.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면  수밖에 없는 일인데,  말대로 좋은 일자리는 아니니까 너무 고민이 됐어. 당연히 주변에 어르신들께 말하면 하지 말라고    보듯 뻔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얼굴도 볼 겸 해서 왔는데    같아. 진짜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 “

”다행이야. 진짜로 돈 급하게 필요하면 말해. 내가 2~3백 정도는 빌려줄 수 있으니까. 알겠지? 그리고 좀 더 고민해보고 알려줘. “

오키,  관리 잘하고   집에 가봐야 . 어제 펜션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가져다 주셔서 집에 혼자 있어. 너무 귀여워 정말 천사가 따로 없어. 퇴원하면 보러와. “

정말? 너무 궁금하다 사진으로 보내줘. 나도 천사의 얼굴  보자. “

알겠어. 저 불량식품은 엄마한데 들키지 말고 어 꼭.  그럼 나까지 혼나니까. “     


도나는 불량식품을 가져다 준  알면 진주 어머니에게 혼날 것을 기에 진주에게 재차 당부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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