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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Mar 14. 2022

열혈 취준생의 비애

12. 마지막 출근


도나는 일찍 출근해서 미리 유니폼을 갈아입고 일 할 준비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일찍 나왔네? 하며 옷 갈아입으러 갔다. 도나는 오늘은 진상손님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손님을 기다렸다. 직원들이 모두 옷 갈아입고 로비에 모였다. 사장님은 오늘도 힘내서 잘하자며 응원의 한마디만 하고 가셨다. 도나는 직원들과 손님을 기다리며 잠시 대화를 나눴다.


직원들은 저마다 연령대도 사연도 다양했다. 어떤 직원은 대학생 때 잠깐 돈이 필요해서 시작했는데 그때 큰돈을 벌면서 돈맛을 알게 된 후로 이 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직원은 그냥 좀 돈을 쉽게 벌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거 하고 사고 싶은거 사면서 사는 게 좋아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도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생활은 참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손님들이 올 시간이 되었다. 직원들은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손님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손님 한팀이 들어왔다.


오늘도 역시 도나는 직원들과 함께 팀으로 손님 응대했다. 첫날보다는 덜 긴장했지만, 여전히 긴장은 됐다.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도나는 어제보다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술도 따르고 손님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손님들은 회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가족사까지 생각나는대로 이야기했다. 직원들은 손님들의 나이와 무관하게 손님들을 모두 오빠라고 불렀다. 도나는 첫날 오빠라는 호칭 때문에 거부감이 참 많이 들었었는데 오늘 역시 오빠라고 부르는 호칭은 듣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손님들의 나이는 어리면 30~40대였고, 대부분은 40~50대였다. 정말 아빠, 할아버지정도 되는 사람들을 오빠라고 부르려니 차마 입밖으로 뱉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직업 특성상 어쩔  없이 해야했다. 그리고 출근 둘째 날인 오늘은 도나도 어렵게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른 직원들처럼 애교 섞인 말투는 아니여도 도나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부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색한 호칭을 해가며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손님들이  시간이 되었다. 손님  한명이 나가면서 갑자기 도나를 불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손님이 부르니 도나는 갔다. 그러자 손님은 손에  움켜쥐고 있던 무엇인가를 도나의 손에 쥐어 주었다. 도나는 순간 팁이라도 주려는 걸까? 잠깐이지만 설렜다. 하지만  설렘 아주  착각이었다. 도나의 손에 쥐여쥔 것은 다름 아닌 쓰레기였기 때문이었. 도나는  쓰레기를 보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 당황한 도나의 모습에  손님은 낄낄거리며 비아냥거렸다.  

    

“뭐 팁이라도 주는 줄 알았어? 이런 곳에서 일하는 주제에 뭘 바라는 거야?”

    

도나는  순간 온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 그리고  치욕스러운 말투에 온몸이 경련 오듯이 떨렸다.  자리 당장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참고 퇴근 시간까지 버텼다. 퇴근  홀로 편의점에 앉아 아까  자식이  쓰레기를 보자 분노가 치밀어왔. 도나는  쓰레기를 손으로  움켜쥐었다가 힘껏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도나는 차오르는 분노에 목이 메어 시원한 맥주  캔을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번을 곱씹어 생각해봐도  말은 도나 인생에 있어 가장 치욕스러운 말이었다.


도나는 남은 맥주를 마시며 눈물을 훔쳤다. 비상식적인 말을 하는 그런 인간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아깝고  상처받는 자신을 용납할  없어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 같아선 상처받은 만큼  배로 돌려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도나 자신도 그와 같은 사람이   같아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다음날 오전 사장님께 전화했다. 전날 있었던 상황을 자초지종 설명하고 더 이상 출근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도나는 믿고 일 시켜주셨는데 너무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사장님은 본인도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며 괜찮다고 오히려 격려해주셨다. 그리고 이 말도 덧붙였다.


“나는 도나가 참 마음에 들었어! 언제든 다시 오고 싶으면 와도 돼.”

    

 말에 도나는 한참을 울었다. 누군가 본인의 마음을 헤아려  것에 위로가 되어 눈물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고 전화통화를 마쳤다. 도나는 사우나에서 식혜와 구운계란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했다.  멋대로 부서진 계란 껍질을 보며  인생   느껴졌다.


사회에서  사람의 존재는 미세먼지 같은 존재이다. 있어도 없어도 전혀 상관없는 그런 존재 말이다. 도나 역시 당장 사라져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갈 것이며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다. 본인 역시 이 세상에서 미세먼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슬펐다. 그럼에도 도나는 아직 지켜야  소중한 사람이 기에 삶의 끈을 놓지 기로 했.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머니를 위해서 해줄  있는  뭐가 있을가? 뽑아만 주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한다고 했는데 고작 2 일하고  견디고 뛰쳐 나오다니내가 정말 간절했던 것은 맞을까? 아니 어쩌면 할머니도 내가 이런 식으로  버는 것은  좋아 하실꺼야.”      


도나는 혼자 온갖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론은 일을 그만두게 됐고 돈은 쉽게 벌리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인생 참 치사하네. 더럽게 치사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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