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능력
얼마 전, 내가 주문한 상품이 형편없는 상태로 도착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나는 평소 그런 일에 동요를 하지 않는 편인데 상담사와 대화를 할수록 내 마음이 언짢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친절하긴 한데 내 질문에 알맞은 대답은 않고 말을 빙빙 돌리며 길게만 늘어놔서 말하는 중간마다 내가 요점을 정리하며 재확인해야 했다. 교환이냐 환불이냐의 문제가 그렇게 긴 말이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살다보면 대화를 위한 대화가 너무 많다. 나는 이것을 물었는데 그 대답은 안해주고 자기가 있었던 일만 나열해서 한참을 듣다가 다시 물으니 다른 일화를 열거하는 사람도 있었다. 회사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주제로 회의소집을 해놓고 그 주제와 무관한 소리만 몇시간을 떠들고 결국엔 결론도 없이 다음 회의를 또 잡는다. 면접을 봐도 내가 묻는 말에는 답을 않고 엉뚱한 소리만 길게 늘여놓아서 다시 묻게 만드는 지원자도 많았다.
나도 말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 아빠처럼 유심히 듣고 주제에 맞는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직원들도 내 자리에만 오면 온갖 얘기를 쏟아내다가 시계보고 급하게 나간 적이 많았고, 지인들도 나와 통화를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야기가 잘 통해 재밌어서 시간이 길어지는 것과, 남발하는 헛소리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쉴 새없이 자기 얘기에 심취해서 혼자 떠드는 사람은 말이 많은 사람이지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독백이지 대화가 아니다. 소통은 의견을 주고 받는 일이다. 말을 하다보면 이 말 저 말 나올 수는 있지만 그것도 적당하게 해야 한다.
말 잘 한다는 말에는 말을 잘 듣는다는 의미도 포함되며 그것은 머리가 좋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다는 뜻과도 같다. 그래서 친구나 애인이나 지인을 선택할 때 자신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우선시한다. 말이 안 통하는데 호감가는 사람은 없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에겐 단점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이다. 말을 잘하기 위해 특별한 기술을 굳이 찾자면 진심과 존중이 아닐까 한다. 그 둘은 굳이 말만이 아닌 인간관계에서도 가장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지껄이는 사람보다 소통하는 사람이 더 많이 생긴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분명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