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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자유리 Dec 19. 2019

여행에 대한 짧은 고찰.

자유리 일기





여행은 누린자들의 행복이 맞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말은 

사실은 그가 아직 떠날 준비가 안되어있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남들이 가는 곳에서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선이라면

그 여행은 더더욱 큰 의미가 되지는 못한다. 

많은 이들이 견문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뻔한 여행을 간 어디에도 견문은 그리 쉽게 다가오지를 않는다.









나는 온연히 그들의 삶속에 들어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타인의 삶속에 푹 들어가 그들의 일상을 마음껏 관찰해보는 여행을 할때면,

온전히 나를 잊고 그 시간안에 푹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관찰여행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처음 온 그곳에서 인터넷에서 조차 찾아볼 수 없는 낯선 곳은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길을 잃어버리면 된다."



사람은 길을 잃어야 자신이 지금껏 걸어가던 세계를 객관적으로 깨닫는 법이고,

불현듯 젓다 놓은 노위에서만 펼쳐진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법이다.








제주도에 갔을때, 나는 길을 따라 모르는 마을로 내달린적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이곳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평온한 행운을 만났다.

마을어귀에서 얼굴이 검게 탄 아이 셋이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해맑은 그 얼굴이 참 예뻐보여서 같이 술래를 자청하였다.

그러곤 나무가 어여쁜 그 정자에서 한참을 드러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나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속에 숨겨진 그들의 작은 반복을 발견했다.

돌담에는 마을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고양이가 유독 많았던 그 마을 곳곳의 문앞에 작은 음식이 놓여 있음을 보았다.

햇살이 비춰진 마을 어귀에서 나는 서로를 믿어주는 마을의 보이지 않는 끈을 느꼈다.

그리고 내 마음도 그 마을에 한 일원이 된 듯, 편안해짐을 알았다.







이런 일들이 나의 여행중에 흔히 일어나는 반복이 되자, 

나는 그 다음부터 여행 전에 계획을 짜던 습관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다.




세상 어디에도 이상의 성은 없다는 것을 나는 기억한다.

애펠탑에 가도 그 마을 누군가는 매일 양치질을 하며 뻔히 바라보는

철탑이 된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나의 여행이 누군가의 이상에 속지 않고,

오랫동안 일상을 관찰하는 여행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약 당신이 정말 좋은 여행을 원한다면, 

당신의 배낭을 무겁게 할 필요가 없다.

길 잃어보는 여행의 끝에 생각치 못한 선물같은 행복이 있을것이라는 믿음.

그것 하나면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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