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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자유리 Jan 05. 2020

수유역 공중전화

자유리 일기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문자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요.

예전에는 문자말고는 보낼게 없었는데, 

이제 문자로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죠.

제가 20살쯤에는 제 핸드폰에 문자가 100통 정도 저장이 가능했지요.



그때 저는 지우기 아까운 문자들을 저장해놓곤 했죠.

그러다 이런 문자가 90통이 넘어가면, 어쩔 수 없이 고르고 골라

안타까운 마음으로 문자를 지우곤 했어요. 

그런 선택을 고민하던 옛날이 기억이 나요.



그런데 요즘은 메시지를 지우지 않죠.

매일 쌓여있는 카톡을 처리할길이 없어 그저 방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메시지를 저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구요.








시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 같아요.

흘러갈수록, 끊임없이 속삮이며 사람들을 따르라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우리는 시간에 깜빡 속아버린채,

흘러가는 모든것들이 영원할거라 쉽게 믿어버려요.





그러다 잊혀지는 안타까운 순간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만 같아요.







저도 그렇게 시간을 믿었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영원히 끝까지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믿음은 항상 허망하게 끝이 났고, 시간에 된통 당하고 나서야

영원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은 전부 제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 manseok, 출처 Pixabay






예전 첫 사랑과의 만남도 그랬어요.

그렇게 뜨겁게 사랑을 했던, 우리 사랑의 끝은 수유역 공중 전화이었어요.

그 짧은 전화 한통이 5년의 시간, 그 수 많은 추억들을 전부 담아내는것을 보면서,

저는 그때 시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됐죠.





분명 시간은 양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어요.

1초라는 순간이 수백개월을 일순간 삼켜버리듯,

그렇게 끝은 허망하게 객관적인 시간이 무엇인지 제가 알려주었죠.








요즘 강아지가 기침을 자주해요.

켁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기침을 할때 온몸이 들썩거릴정도로 온몸으로 기침을 해요.

걱정이 되어 병원에 데려가볼까 싶다가도, 조금 있으면 진정이 되어서 조금 더 바라보고 있어요.

그런데 기침이 조금씩 심해지는 것 같더니, 이제는 눈만 뜨면 연신 기침을 해요.

기침을 하면 저는 강아지의 가슴을 만져줘요.

그러고 시간에게 저는 말을 하죠.




"시간아. 너가 나를 속이려해도 나는 이제 더 이상 속지않아.
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알거든. 
나는 영원이 아니라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믿고 있거든."



2005년, 저는 가끔 그때로 돌아가요.

그리고 그때의 시간에 속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건내보아요.





"우리의 만남은 시간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었어. 
나는 그걸 몰랐고, 그래서 나는 거기에 깜박 속아 버리고 말았지.

하지만 이제 알아.
나는 너를 진실되게 사랑했고, 
그때의 나는 너로 인해 정말로 행복했다는 사실을.

고마워.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너는 존재하고, 함께 하지 않아도,
나는 너로 인해 여기로 왔음을 잘 알어.

그래 맞아. 
시간은 그저 거둘뿐이었어."








© markusspiske, 출처 Unsplash






나의 친구여.

살면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한번은 바라보세요.

그것들은 더 이상 당신에게 이야기하지 않아요.

말 건내려고 할 수 없어요.

당신에게 그들은 그저 지나가버린 것일테니깐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던 그 순간에 함께 했던 것들이 있어요.

그 도움으로 우리는 오늘 이곳을 살아갑니다.



교묘한 시간에 속지마세요.

당신이 오늘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영원히 존재할거라 계속해서 말할거에요.

잊지말아요. 이제 더 이상 돌아보지 않는 그것들처럼 오늘은 이별 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깐요. 




자유리 일기 끝.

#공중전화 #처럼 #시간은 #모든것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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