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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Jun 22. 2020

  퇴근길 나폴레옹 제과점에 들렀다. 단 것이 고팠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빵들이 꽤 많이 보였다. 즐겨 먹는 추로스도 여러 개 남아 있었다. 쳇, 평소 같았으면 벌써 식빵까지 동이 나서 허탕을 쳤어야 맞는 시간인데 말이지. 괜히 약이 올랐다.


  며칠 전 누나가 해준 말이 떠올라서 그랬다. 나폴레옹 제과점은 여기 삼선교 본점 말고도 서울 여기저기에 분점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다른 동네에서는 삼선교만치 인기가 좋지 않은 터라 이렇게 마감시간을 앞두고 다른 동네에서 남은 빵들을 여기 삼선교로 옮겨놓는다고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 빵들이 또 잘 팔린다더라. 그럴 법하지. 이 동네에는 나 같은 나폴레옹 빵순이 빵돌이들이 많으니까.


  하여간 그 말에 빵들이 마냥 곱게 보이지 않았다. 분명 갓 구운 상태가 아니니 바삭바삭하지 않을 거야. 추로스는 바삭함이 생명이잖아. 괜히 먹었다가 후회할지도 모르지. 아니, 참 못났어. 똑같은 빵인데 왜 그렇게 속이 뒤틀렸다니. 그러게 말이다. 모르겠어. 차라리 빵이 없어 허탕 치는 편이 더 개운했을 것 같네. 그 아쉬움이 더 달달했을 것 같아.


  스윽 둘러만 보고 나갈까 하다 결국 추로스 하나 집어 들고 나왔다. 집 가는 골목길 오르며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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