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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May 09. 2017

5월 9일

어머니가 아침부터 비마중으로 분주하셨다 

베란다에서 이리쿵 저리쿵 화분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가물은 날 끝내러 온다는 비소식에, 

지난 연휴내내 빗방울 소리만 기다리셨다


나는 서울 집에 오면 마루에 이불을 깔기에

바깥바람 타고 들어오는 비마중 소리가 달갑지 않았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가 지독하지 않나

자고 나면 목이 아파오는 탓에

활짝 열어둔 베란다 문이 고까웠다

누가 흩뿌린 고통인가 따지자면 괴로우니

그냥 활짝 열어둔 베란다 문만 고까웠다


잎사귀에는 먼지가 눌러 붙었다

숨통 막힌 잎사귀들은 시름시름 앓았다

몇몇은 누렇게 멍이 들었다

어머니는 이만치 견뎌온 나무들을 대견해하셨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앓는 잎새들을 달래셨다


나의 목구멍에도 먼지가 눌러 붙었다

제 소리를 낸 적 없어 먼지가 눌러 붙었다

가슴에는 누렇게 멍이 들었다

뿌리마저 말라버리었나 덜컥 겁이 나서

몸을 비틀고 흙을 뒤집었다


지난 겨울 봄, 마루에 누워있자면

멀찍이서 울려오는 꽹과리 소리가 들렸다

북소리와 함성소리가 쏟아졌다

앓는 잎새들은 먼 길 달려온 바람들에 고개를 밀어

뿌리내린 사람들의 기우제 소식을 물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어머니는 몇 번이고 창을 열어

바람에 비소식을 물으셨다

이렇게 그칠 비가 아닌데, 몇 번이고 창을 여셨다


나도 오늘은 비마중을 나선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상상한다

빗방울 하나 쏘아 올리고

흠뻑 젖은 빗소리를 상상한다


멍든 잎에 메마른 뿌리에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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