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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y 21.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은?

코로나 덕분에 이사한 썰(?)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화두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시대와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습관, 소비패턴, 업무형태 등 일상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고,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Contanct)의 반대인 언택트(Untact)라는 단어가 신조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다. 절대로 재택근무가 불가한 업종과 영역은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직장과 일터에서 강제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생각보다 잘 적응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4인 가족이 머물기에 충분한 집이었는데 아이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부모는 집에서 재택근무하니 공간이 너무 숨찬다. 서로의 생활이 다르기에 씻고, 잠자고, 가끔 밥이나 같이 먹고 주말에 부딪히는 정도에서는 살만했다. 가족이 오롯이 24시간을 함께하기엔 비좁다. 100을 쓰다가 150을 쓰다 보니 가족 구성원 모두 한계에 봉착했다. 가족 간 불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재택근무하다가 이혼한다는 우스개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고령화될수록 소형 아파트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컸는데 사람들이 이젠 너무 작고 좁은 집은 오히려 기피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재택근무가 상시화되고, 매일 출근하지 않는 시스템이 된다면 더 그렇다. 주 4일 출근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고 유연근무제, 상시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되면 출퇴근 부담이 줄어들 테니 어느 정도 외곽으로 가더라도 8평짜리 원룸 대신 18평짜리 큰 집을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1인 가구인 나만 해도 어찌 보면 코로나 덕분(?)에 이사했다. 서울 생활 10여 년 만에 원룸을 벗어났다. 원룸에서 살 때는 침대에서 자고, 먹고, TV 보고, 일도 했다. 가끔 하루 이틀 정도는 무리 없이 가능했지만 매일 저러고 있으려니 몸서리가 쳐졌다. 그저 잠만 자고 잠깐 머무르는 집이 아니라 일하고, 먹고, 일상을 소비하는 집이 되다 보니 원룸이라는 공간이 너무 답답했다.(물론 넘쳐나는 물건들 때문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없는 단어다) 집의 물건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집에서만 일주일 있으니 '아이고, 딱 죽겠네' 싶어 백기 들고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계약기간이 만료됐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저 조금 더 넓은 집이 필요했다. 최소한 잠을 자는 공간, 먹는 공간, 일하는 공간은 분리될 수 있을 정도였으면 했다. 항상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를 가까이 두려는 현상)을 따지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30분을 넘지 않는 곳을 택했다. 뚜벅이 신세라 역세권도 중요했다. 직주근접, 역세권만 따지다 보니 가진 예산 한도 내에서 대체로 원룸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직장과 집 사이 이동 시간을 20분 늘리니 투룸 전세 집으로 이사 갈 수 있었다. 


이사한 소감은? 200% 만족한다. 라면밖에 안 끓여 먹던 집에서 요리(라고 쓰고 조리라고 읽는다)도 하고 친구를 불러다 홈파티라는 것도 했다. 혼술을 넘어 홈술 시대에 이 만하면 훌륭한 홈바 시스템(?)도 갖췄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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