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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Mar 04. 2021

여기서 10년쯤 살면 내게도 아파트가 생긴다고 했다

경매 임장기

부동산 경매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도저히 시세로는 집(이라고 쓰고 아파트라고 읽는다)을 살 방도가 없다. 좀 인기 있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지역은 십 수억은 우습고 비 인기지역으로 꼽히는 곳도 이제는 5억 원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서울에서 중간 정도 되는 아파트 가격(중위가격)이 9억 원을 넘어 1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단지고 나홀로 아파트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다 그렇게 돼버렸다. 


처음으로 임장이란 걸 했다. 곧 경매를 앞두고 있는 시세 5억 원대 아파트로 감정가액이 3억 원이다. 경기도에 가까운 서울이다. 비인기지역이지만 그래도 서울이다. 1980년대 후반에 지어졌고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다. 재건축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들썩이더니 연초 대비 1억 원 넘게 뛰어올랐다. 실거래가 5억 원 넘게 나오고 최근에는 5억 중반, 6억대 매물이 나오는 곳이다. 이곳에 감정가 3억 원으로 나왔으니 그 경쟁률이 얼마나 치열할지 예상되지만 일단 한 번 가보기나 하자 싶었다. 일단 문화센터에서 경매수업이란 걸 들으며 배운 대로 등기부등본, 물건명세서, 전입세대열람, 현황조사서 등을 떼고 점유관계를 살폈다. 현장에 와서는 내 나름대로 교통여건이며 주변 환경 등을 둘러봤다. 


관리사무소라는 곳은 임장하러 온 뜨내기손님들에 지쳤는지 퉁명스럽다. 주변 부동산은 간을 보는 듯하면서도 엄청 썰을 풀어준다. 이 동네가 어떤 동네며, 요즘 얼마나 투자 고객들이 몰리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들이는 큰 손 이야기다. 본인도 경매하는 날 법원에 갈 거라고 했다. 자신의 고객도 여럿도 경매에 참여할 거고, 아마도 이 주변 부동산에서는 다 갈 거라고도 했다. 엄청날 것 같은 경쟁률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짓자 빌라라는 대안도 있다고 했다. 요즘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거다. 투자용이 아닌 실제로 들어가서 살고 싶은 진짜 거주용 집을 찾는 내게는 그저 남의 얘기 같다. 그저 이 동네가 살만한지 그런 게 알고 싶었는데.


만에 하나 경매로 저 집을 갖게 된다고 했을 때 실제로 재건축이 이뤄지면 언제쯤 '새'아파트에 살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자신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길게는 10년, 요즘은 시장이 좋고 속도가 빠르니 짧게는 5~7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10년만 고생하면 서울에서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냐고도 했다. 


'아...'


나는 결국 법원에 가지 않았다. 경매에 된다고 해도(김칫국을 너무 마셨다) 그 집에서 살 자신이 없었다. 나는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오윤희처럼 존버 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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