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란시스 하’가 20대 청춘의 성장과 방황을 다뤘다면 영화 ‘미스트리트아메리카’는 프란시사 하의 30대 버전쯤으로 보인다. ‘프란시스 하’는 질척이는 20대 청춘을 흑백으로 다뤘지만 컬러감이 느껴졌다면 30대 버전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는 왠지 뒷맛이 더 오래간다. 등장인물 캐릭터는 하나같이 이상하고 찌질한데 공감 간다. 인간의 속물적인 근성, 욕망, 질투심 같은 것들이 너무 진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대학 입학과 함께 홀로 뉴욕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트레이시’. 꿈꾸던 대학 생활도, 화려한 뉴욕 생활도 그녀와는 먼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 한복판에서 ‘브룩’을 만나게 되고 일과 사랑, 꿈을 모두 쟁취한 듯한 그녀에게 반한다. 그런데 동경했던 그녀의 삶이 허세로 가득 차 있음을 눈치채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뉴요커의 삶을 억지로 부여잡고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던 브룩이 뉴욕을 버리면서 하는 대사가 있다.
“그냥 종일 앉아서 인터넷이나 TV나 보면서 멍하게 있다가 때로 이러지 말아야지 생각도 했다가 그러다 뭔가에 꽂혀서 흥분하면 그 생각에 휩쓸려서 잠도 못 자고 아무것도 못 해.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걸 실제로 해낼 능력이 없어. 봉건제 시대에 살았으면 좋았을걸. 신분이 바꾸지 않는 그런 세상에 말이야. 왕이든 소낙농이든 그냥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시대라는 게 어느 땐 희망이지만 어느 땐 너무 희망고문이다. 난 항상 제자리걸음인데 어느새 억대 연봉을 받는 친구 이야기, 서울에 아파트 사서 수억 번 사람 이야기, 창업해서 대박 난 사람 이야기, 부업으로 월급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 이야기, 유튜버로 뜬 사람들 이야기를 보는 게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다 보면 자꾸 핑곗거리만 찾고, 냉소적인 태로를 취하게 된다.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신분에 순응하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오히려 더 행복했을 수 있겠다 싶은 찌질이 같은 마음이 부끄러운데 그 마음을 대변해 주는 브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