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마포대교 위에서
나는 우울증을 고백하는 편지를 중학교 절친에게 적었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마도 행복한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교 생활을 보내는 평범한 A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들과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겨났다. 그때쯤에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나의 모든 아픔과 고통을 공책 한 권에 풀어냈다. 죽고 싶다는 글귀들, 대학생 동기들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투정, 가슴속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고백. 남들에게 미처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 적었다. 하지만 글쓰기로는 우울증이라는 병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다.
죽음을 결심한 날, 원룸 안에 있는 모든 책을 정리하고 노트북에 있는 자료를 삭제했다. 유서 한 장만 남겨둔 채. 그렇게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억울함이 들었다. 나도 다른 20대들처럼 철없이 깔깔 웃고 싶었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이제 불가능해 보였다. 대학교 수업을 빼먹은 나를 누군가 눈치채주기를 바랐고 한강 마포대교 위를 향해 가고 있는 내 발걸음을 누군가 멈추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찜질방에서 마지막 하룻밤을 보내고, 모르는 서울 지리를 뒤지면서 한강 마포대교 위를 올라갔다. 다리 위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가족에게 전화해 볼까? 하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차가운 한강 물을 바라보았다. 한강 밑바닥은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저기 떨어진다면 나는 홀로 외롭게 죽어가겠지? 물귀신이 되어서 이승을 떠돌아다닐 거야. 흐르는 한강 물을 바라보면서 삶과 죽음을 선택했다. 몸은 잠깐 아프지만 내가 겪고 있는 우울은 사라질 거야. 한 번에 죽지 않고 몸이 불구가 되면 어떡하지? 단 한 번에 죽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괴로워서 자살을 선택하는데 마지막까지 아파야 하나.
나는 끝내 마포대교 다리 위에서 한강 물로 몸을 던지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강 물 밑바닥이 너무나 쓸쓸해 보였기 때문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저렇게 차가운 곳에 내던지고 싶지 않았다. 물은 조용하고 소리 없이 흘러가기만 했기 때문에 저곳은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줌의 먼지로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다리 위를 내려오면서 죽고자 하는 의지로 다시 한번 살아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인생은 고통이지만 인생에 아무런 발자취도 남기지 못하고 젊음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끝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죽음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