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투잡 뛰기 1/2
2022년 6월부터 다이소에 출근하면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 4월에 다이소 퇴사. 2023년 4월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작. 2023년 8월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우울증에 걸린 상태에서 밖에 나가 돈을 벌기란 일단 쉽지 않다. 그동안 우울증으로 인해 몸은 많이 게을러졌고 기억력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에서는 결코 좋은 인재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업무를 익히는 과정을 배우기를 강력히 권한다. 비록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종종 정신 차리라는 쓴소리를 듣고, 일 못한다는 잔소리를 매일 듣는다 해도 넘어지고 깨지고 일어나기를 바란다.
처음에 다이소에 입사했을 때는 잦은 실수와 심한 감정 기복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를 챙겨주던 아주머니들이 있지만 점장님은 나를 대놓고 싫어하고 무시했다. 정신력이 그렇게 약해서 어떻게 하냐, 집에 돈은 있냐, 내가 공부했으면 벌써 공무원 시험 붙고도 남겠다, 너는 이상하다 등 온갖 수모와 갑질을 당했다. 자존감이 너무 낮은 상태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아픈 나에게 잘못이 있는 줄 알았다. 점심시간을 30분 줄이고, 퇴근 시간을 1시간 늘려가면서 근무했다. 하지만 점장님은 여전히 사소한 일로 꼬투리 잡으면서 나를 싫어했다.
주위 아주머니들이 점장님 보고 불쌍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 없다고, ○○이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자고 했다. 그러나 점장님은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다가 단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얼굴이 싹 변하는 인간이었다. 특히 점주님과 사장님이 안 좋은 집안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내 모습을 좋게 봐주시면서 날로 괴롭힘이 심해졌다. 점장님과 나만 엘리베이터에 탄 어느 날이었다. 점장님은 점주님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대놓고 나를 견제하고 질투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다른 직장에 옮기고, 진짜 어른다운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그게 직장 내 정치인 것을.
앞에서는 싹싹하게 행동하면서 뒤에서는 사장님과 점주님의 잠자리 이야기까지 떠벌리는 이중성, 회사에는 악마가 한 명 필요하다면서 자신의 나쁜 짓을 정당화하는 나르시시스트 면모까지. 속으로 이건 아니지, 생각하면서 노동청 고발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처음에는 점장님이 나에게만 업무를 가장한 언어적, 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몇 개월 후에 들어온 10살 많은 언니에게도 눈물을 쏙 빼놓고, 내가 퇴사한 이후에 들어온 10살 어린 새내기의 가슴에도 멍울을 냈다는 걸 알면서 저 사람은 영원히 변하지 않겠구나,라는 걸 알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속담처럼 점장님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가 회사를 떠나야 했다. 과도한 업무 비중, 점점 심해지는 아줌마들의 험담과 정치, 나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몰아붙이기만 하는 상사. 그 모든 게 질려서 퇴사하기까지 10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다이소에서의 근무는 아르바이트라는 작은 사회생활에 맷집을 길러주었다. 다음에 gs25 편의점에서 일할 때도 사장님에게 쓴소리와 꾸중을 듣기는 했지만 ‘다이소만큼은 아니잖아’하면서 계속 버티고 일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 카페에 처음 일했을 때도 사장님한테 일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고 깨지긴 했지만 결국에는 ‘착하니까 계속 쓰는 겁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30대가 넘어가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사장님들은 20대 풋내기들의 실수처럼 잘못을 너그럽게 봐주시지 않으셨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생처음으로 아르바이트했을 때를 떠올린다. 카드리더기에 카드를 긁으면서 손을 벌벌 떨었다. 그리고 너무 긴장해서 손님한테 카드를 던져버리고 말았다. 잔돈 계산 착오로 손님한테 다시 동전을 돌려주려 한 적도 있고, 술에 취한 손님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나에게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다. 내가 공부만 하고 아르바이트를 처음 하는 새내기라는 걸 아셨기 때문이다. 나는 노력만큼 늘어나지 않는 실력에 자괴감을 느끼면서 6개월 만에 첫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는 도전하지 않았다. 가정 형편으로 사회생활 전선에 빠져들기 전까지 말이다.
나에게도 아르바이트를 경험으로 해 볼 수 있는 20대 중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실직을 핑계로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으면서 패배주의자적인 마음으로 인생을 계속 살아갔다. 부모님과 사회에 대한 원망, 게으름에 대한 합리화와 자기 파괴적인 생활 태도로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 혹시 지금도 나처럼 세상의 부조리에 분노를 외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일을 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베란다 문을 열고 새벽 풍경을 구경해 보라. 이른 시각에도 등교하는 학생들과 차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아저씨들의 뒷모습. 그렇게 직접 눈으로 현실을 보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여야 한다. 부디 다른 분들은 저처럼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너무 길게 방황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