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소비를 허락해주기
내가 천만 원을 모으면서 깨달은 것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돈을 모으면서 깨달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아보니 깨달은 것이다. 모아보니 깨달은 것은 앞선, 천만 원을 모았다 게시글에 게재했다. 오늘은 돈을 모으면서 깨달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잠겨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평범한 대학생처럼 쓰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돈 어떻게 관리해?
얼마를 벌어서, 얼마를 어떻게 써? 여러 답변들이 있었다. 정말 다들 달랐다.
내가 가장 부러워한 사람의 답변은 이렇다. "다 써." 번 돈을 모두 쓴다고 한다. 어떤 지인은 한 달에 20만 원을 교통비에 쓴다고 했다. 학교까지 거리가 먼데,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날은 늦게 일어나고 택시를 타고 학교를 가다 보니 그만큼 쓴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월급을 받은 날에는 쇼핑을 하러 간다고 했다. 사고 싶지 않았지만, 쇼핑몰에서 본 옷이 맘에 든다면 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인은, 돈을 적게 벌어도 상관없다고 하더라. "그냥 치킨 값이나 하면 되지."
'어떻게 저 정도로 쿨하지?'
그래서 또다시 질문했다. "적금은 아예 안 해?" 돌아오는 답변들은 단호했다. NO. 돈이 필요할 수도 있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냐고도 물었다. 역시나 확고한 대답들. NO. 너무 부러웠다. 나는 쓰는 돈의 전부를 적금하는 것 같은데 모은 돈도 없고, 확고하게 무언가를 소비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쓰고 싶었다. 번 돈의 전부를 현재에 쏟아부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쓰지도 못하고, 적금도 못하고 혼자만의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측근을 만났다. 내가 어떻게 벌어서 어떻게 적금하는 지를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나 : 사고 싶은 것을 사지도 않고 열심히 벌어서 모았는데, 돈이 한참 모자라. 왜지?
친구 : 내가 보기엔 너는 사고 싶은 거 다 샀어.
내가?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다 샀다니.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 말이 맞더라. 사고 싶던 롱 패딩, 온라인 영어회화 클래스, 노트북, 핸드폰, 무선 이어폰, 그 외에도 갑자기 사고 싶던 옷들도 다 샀더라. 나는 저들과 뭐가 달랐던 걸까? 저들은 왜 소비에 만족하고 나는 만족하지 못했던 걸까?
또다시 고민하던 중에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을 보고 깨달았다.
스스로 허락하지 않은 소비를 했다.
돈을 모아야 한다고 전전긍긍하면서 산 물건들. 내가 허락하지 않은 것들이다. 이미 써놓고, 돈을 모아야 한다고 또 불안해하고 있었더라. 스스로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 돈을 모은 것도 아니면서 돈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변하는 것은 당연히 없는 거다.
나는 당장의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변화할 수 있다고. 이번 달은 100만 원을 벌었지만, 다음 달은 50만 원밖에 못 벌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내 소득은 항상 100만 원을 넘었더라. 당장 사고 싶은 것을 사도 충분히 적금할 수 있었더라. 돈은 쓰면 없어지고 벌면 벌어지는 것인데.
돈은 어떻게든 생겼다. 그런데 나는 너무 돈 걱정만 하고 있었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스스로의 소비를 응원하도록. "사고 싶으면 사도 돼. 돈은 다시 모으면 되잖아."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부터 돈을 모으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참 이상하다. 저축의 반대는 소비인 줄 알았는데 소비를 허락하니 저축이 쉬워졌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치킨이 먹고 싶다 -> 정말 먹고 싶어?
-> YES : 먹자!
-> NO : 다음에 먹자!
정말 먹고 싶을 때 먹는 치킨이 훨씬 맛있다. 너무 맛있는 것도 자주 먹으면 맛을 헷갈리게 되더라. 치킨보다 비싼 것도 괜찮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소비의 단점은 즉각적이고 강렬한 행복이라는 것이다. 아주 잠시뿐이다. 그런데 경험은 평생 간다더라. 그래서 경험하는 것에 소비하는 것이 더 행복감이 오래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물건을 사는 소비도 경험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당장 소비하고 싶은 물건을 사고, 나중에 하고 싶은 경험을 위해 돈을 모으기도 한다.
돈을 모으면서 깨달은 것 중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비를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식비 예산이 없었을 때보다 식비 예산을 두고 생활했을 때 먹는 치킨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내가 이번 주에 만원 정도는 커피를 마셔도 괜찮아." 분명하게 구분하니까 그 범위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선택권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느낌을 주더라.
- 왜 샀어 그걸?
- 날 위해 샀어. 날 위해 그냥 샀어. - <슬기로운 의사 생활> 대사 중
돈 모으기 싫으면 모으지 말자. 모으고 싶어 졌을 때 모아도 된다.
돈 모으기 싫어요. 저를 위해 살래요.(BUY or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