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HERO

키다리 아저씨가 간다!

by 찌양

나는 어릴 적부터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자란다. 주변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사람들한테까지 도움을 받았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돈을 직접 벌기 전까지는 돈이 없어서 못했고, 성인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후에는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 게시판에서 후원에 대한 안내글을 읽었다. 스타벅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하는 캠페인 후원이었다.



내가 기부를 망설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까?

"기부단체에서 여러 비리도 있는 것 같던데, 과연 제대로 쓰일까? 나한테 만 원은 너무 소중한데..."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부를 시작하지도 않은 채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까만 고민하면 뭐가 달라질까? 그리고 곧 이런 생각이 되었다. 내가 낸 기부금의 단 1%라도 필요한 아이들에게 쓰인다면 나는 만족할 거야. 내가 아이의 삶에 1%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된 것이라고.


두 번째, 기부를 시작했다가 금방 취소하면 어떻게 하지?

이것도 그랬다. 망설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취소할지 안 할지를 어떻게 알까?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유연석처럼 큰돈을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난 그 유연석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기부를 하자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하였다.


"너 좀 대단하다. 너 그래서 늘 돈이 없었구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유연석이 기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송화의 대사. 내가 생각하기에 기부는 이렇게 큰돈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가다 본 SNS의 대사처럼, '쪽파 다듬듯이' 조금씩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춰 마음을 전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후원 가입 신청서를 적었다. 적으면서 참여 소감이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적는 칸이 있더라. 나도 어릴 적부터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앞서 언급했는데, 받으면서도 "내가 아무것도 없이 이런 걸 받아도 될까?" 하는 마음이 크게 들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불쌍한 아이인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나는 투자를 받고 있는 거야."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이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받아들였다. "나는 지금 투자를 받았으니까 성공해서 투자금의 배로 돌려줘야지."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니까 그만큼 내가 가치가 있어서 도움을 준다는 느낌이었다.


이 친구들도 내가 준 후원금이 자신이 불쌍해서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친구들의 꿈을 응원해주는 투자금이라고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되고 싶은 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한 달에 만원은 작은 돈이면서 큰돈이다. 내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망설이던 것을 해냈다와 내 소비가 미칠 영향이다. 만 원이라도 나는 소비를 한 것이고, 소비에 따른 결과는 온다. 그러니, 초록우산!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어쨌든 후원을 시작한 지 1년 110일이 되었다. 아주 작은 돈이지만, 정말 잘 쓴 돈이라고 생각한다. 소득이 늘어난다면, 증액을 해야겠다. 기다려줘, 키다리 아저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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