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붕어빵을 먹으면서 행복할래

"돈은 얼마나 있어야 행복한가요?"

by 찌양

나는 21살에 1000만 원을 모았고 공허했다. 목표한 돈을 모았는데도 공허하고 불안했다. 돈은 쓰면 없어지는데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 돈밖에 없었다. 없어질 돈을 위해서 왜 그렇게 열심히 벌고, 모았을까? 그러면서도 계속 돈을 벌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돈을 모았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내가 1000만 원을 모았지만, 공허하다고 말했다.


돈을 얼마나 더 모아야 행복할까요?

그 순간에도 그랬다. 나는 그냥 투정 부리듯이 말을 이어나갔고 듣고 있던 '0(같은 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대답했다.

나 : 1000만 원을 모았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난 뭘 해야 하지?
0 :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나 :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 돈만 있어. 돈만.
0 : 그럼 돈을 써.
나 : 돈을 써도 될까? 나중에 돈이 필요하면 어떡하지? 돈은 얼마나 모아야 해?


거의 이런 느낌의 대화였다. 그리고 0은 속사포 랩 같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는 지금 불안한 거야. 나중에 돈이 필요할지 안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 계속 확인받고 싶은 거지. 그 정도로도 괜찮다고. 그런데 그건 아무도 몰라. 소비습관은 평생 가니까 너 앞으로도 돈을 그렇게 쓰고 있을 거야."


그때 정신이 확 들더라. 그래. 확인받고 싶은 거다. 이 정도로도 괜찮다고, 지금 행복하지 않으니까 미래에 행복할 것이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내가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단단히 박혔다.


앞으로도 돈을 그렇게 쓰고 있을 거야.

쓰려고 모은 돈인데. 돈은 수단일 뿐인데. 앞으로도 돈을 못 써서 전전긍긍하고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도 이랬다. 어제 집을 가던 중에 붕어빵 가게를 보았다. 그런데 사지 않았다. 돈을 써야 하니까. 집에 가면서도 머릿속에는 붕어빵들이 헤엄쳤다. 그래서 이 말이 이렇게 들렸다.


“너 지금 붕어빵 안 사 먹었지? 아마 나중에도 못 사 먹고 있을 걸!”


지금 붕어빵을 안 사 먹고 그 돈을 모아두면 나중에 내 꿈이 더 빨리, 잘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다. 나중에 더 많은 붕어빵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1000만 원을 모은 내 모습을 바라보니, 나는 아직도 돈만 모으고 있더라. 돈만 좇고 있더라. 이건 진정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다. 나는 계속 이렇게 돈만 모으고 싶지 않다.


'나는 왜 돈을 모을까?' 미래가 불안하니까?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나는 당장 붕어빵을 사 먹을 것이다. 지금 당장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붕어빵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계산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당장 붕어빵을 먹을 수도 없고, (현재는 선택함) 앞으로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면(미래는 불확실함) 확실한 지금! 붕어빵을 먹어야 맞는 것이 아닐까? 돈뿐만이 아니다. 지금 당장 하지 못하는 일은 나중에도 못한다. 이건 공부도 마찬가지이고, 배우고 싶던 무언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붕어빵을 챙기자. 지금 당장 행복해야겠다.


나는 돈이 있다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지금 당장의 행복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마시멜로우 테스트는 나와 맞지 않은 듯하다. 나는 내가 돈을 쓰면 마시멜로우를 금방 집어먹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행복을 생각하니까 지금 당장 집어먹는 것이 맞다. 적어도 행복할 테니까. 이게 내가 찾아낸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딱, 붕어빵을 사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있다면 행복하다. 이게 전부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행복하게 붕어빵을 먹었으면 좋겠다.


그 이후로 나는 붕어빵을 사 먹기 위한 현금을 항상 지니고 있다. 겨울철에는 이것이 진리 아닌가? 가슴속에 따땃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쯤은 있어야지. 0과의 대화를 끝내고 그 날 퇴근길에는 붕어빵을 2천 원어치 사 먹었다. 아주 행복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참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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