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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Apr 11. 2021

I LOVE YOU, ME TOO

투자자,찌양

성인이 되면서 하고 싶은 일에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더라. 그런데 돈이 있어야 했다. 집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용돈을 줄 정도로 넉넉한 형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돈을 모아서 교환학생을 가고자 했다. 쉽지 않았다.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돈을 모았지만, 천만 원의 벽은 높기만 했다. 


좌절. 또 좌절.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한 달에 200시간을 넘기도록 일한 적도 있다. 그러면 버는 돈은 200만 원 남짓. 적금을 부으면 수중에 남는 돈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버는가?


미래에 교환학생을 가고자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미래가 언제가 될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미래에 현재를 담보로 잡아도 괜찮은 걸까?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담보로 살아야 하다니. 


나의 존재의 이유, 내가 일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니다. 나는 행복하고 싶었다. 돈을 벌지 않는다고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균형을 찾아야 했다. 일은 생계유지 정도로만 하고 시간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모아놓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생계유지 정도의 벌이로는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범할 수 없더라. 


그런데 모아놓은 돈을 한번 깨버리면, 내 미래가 깨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이 돈이 없어도 미래의 나는 괜찮을까?




역시나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I LOVE YOU"라는 말에 "ME TOO"라고 답하는 것은, 상대방의 "나는 너를 좋아해."라는 말에 "나도 나를 좋아해."라고 답하는 꼴이라고 한다. 그 대사가 퍽 마음에 들었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2년 동안 모아놓은 이 돈을 써도, 미래의 나는 괜찮을 거다.


라는 생각. 이 돈이 쓴다고 해서 과거의 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도 아니다. '미래의 내가 필요한 돈은 미래의 내가 벌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고 싶은 일에 돈이 많이 든다면? 그냥 해보자. 불확실한 미래 말고, 확실히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자. 지금 당장 행복하자. 그렇게 나는 나의 최대 투자자가 되었다. 


필라테스가 하고 싶다고? 해보자 영어 회화를 배우고 싶어? 배우자! 먹고 싶은 것이 있어? 먹자!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었다. 아낌없는 투자를 퍼붓는 투자자. 나의 재능을 믿는다. 나를 믿는다. 내가 나를 안 굶길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남김없이 퍼주어도 나는 괜찮을 것이다. 아무도 나에게 투자해주지 않아서 스스로가 투자자가 되었다. 투자는 성공적이다. 



에필로그, 정말로 돈에 대한 투자도 한다. 

펀드, 주식 말이다. 소액 주식을 통해 주식에 입문했고, 주식을 하다 보니까 전문가의 투자도 궁금하더라. 그래서 펀드도 소액으로 시작했다. 둘 다 걱정보다 잘 되고 있다. 역시 해보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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