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양 Mar 16. 2021

소액 주식으로 깨달은 것

큰 성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주식에 흥미가 있었다. 학교에서 경제 교육을 받았는데,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나오더라. 그리고 워런 버핏의 자서전에서 처음 주식의 개념을 접했었다. 주식을 참 해보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경우 '주식은 하면 안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래서 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해보고 싶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들어온 "주식을 하면 망한다."라는 말이 맴돌아 힘들게 번 돈을 투자할 수 없었다. 주식은 그저 버킷리스트에 존재하는 하나의 목록이 되어 버렸다. 힘든 근무와 막막한 미래, 끝이 없는 무기력 속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보낼 거 해보고 싶은 거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다시 적어보았다. 막상 적자니 지금 당장 이뤄낼 수 있는 작은 것들은 없고, 목록이 아닌 한 줄로 나올 만큼 비어있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적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자 뚝 하고 떨어졌다. "주식 투자"


돈을 잃는 것이 무서워서 고민하던 찰나에 소액 주식 투자를 만났다. 주식 시장이 활성화된 탓에 적은 돈으로도 주식을 살 수 있는 소액 주식이 생겨난 것이다. 천 원으로 온전히 1주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0.00xx주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가입만 하면 만원 어치의 주식을 준단다. 적어도 만원은 손해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버킷리스트 지우기를 시작했다.



적은 돈을 나눠서 여러 회사의 주식을 샀다. 주식을 사는 나만의 규칙도 만들었다. 천원이 모여 십만 원이 되었을 땐 정말 뿌듯했다. 떨어지던 수익률이 상승했을 때는 내가 맞다는 것을 증명받은 것 같아 짜릿했다. 물론, 떨어질 때도 있더라. 그런데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주식하면 망한다."의 "망한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망하지는 못했다.


나의 모든 것을 투자한 것이 아닌, 아주 작은 일부를 투자한 것이라 겉으로 티도 안 나더라. 수익률이 나던, 나지 않던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깨달은 점이 있다.


여러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샀다.
한 회사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다른 회사의 수익률이 상승한다.


내 인생도 이럴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하나에 열중하지 못했다. (자의 반, 타의 반이었던 것 같지만, 결국엔 내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 의지가 없었다. 하나에 열중하고 싶지 않았다. 전공인 전기, 전자나 여태까지 공부해오던 컴퓨터 공학, 소프트웨어, 코딩, 정보보안, 흥미를 가지던 탐구 과목들, 언어 영역들 모두 하나를 지극히 좋아하거나 잘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글쓰기도 그랬다. 여러 SNS에 쓰고 싶은 글을 썼다. 어른들이 항상 내게 하시는 말씀이 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왜 그러니?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세상에 왜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하나라도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자책했다. 그러던 중에 소액 주식을 만났다. 찔끔찔끔, 여러 개를 사는 스타일이 내가 내 능력을 쓰는 것과 같더라.


어쩌면 나는, 내 능력을 정말 조그맣게 나눠서 분산 투자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내가 내 능력을 쓰는 방식인 거다. 나만의 방식이 생겼다. 덕분에, 내 인생에 대박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망하지도 않을 테니 먹고살 수는 있겠다. 다행이다.


 

능력을 분산 투자하고 있습니다.
아, 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큰 성공도 없을 것 같습니다.


투자한 주식이 올라 기분이 좋습니다.


이전 05화 전 직장 상사를 만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