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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2. 2023

세상을 떠나려는 소중한 나에게

제발 죽지만 말아줘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 진짜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다시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 밖에 안 드는지. 개학하고 금요일. 정말 포기해 버릴 뻔했다. 창문 다 열고 이렇게 오래 고민한 적은 처음이었다. 진짜 죽겠다며 유서를 쓰려고 했는데 2021년 10월 21일에 쓴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파일이 있더라. 몰랐는데 그때도 죽으려고 했다보다. 그 파일을 보니 그때와 지금이라는 시간 사이에 행복한 일들이 존재했다는 걸 알았다. 진짜 죽을 각오로 산 것 같다. 어떻게 버텼는지 정말 그때의 나. 생각보다 강한 존재였다. 그러니 지금의 나도 강한 존재일 거야. 살 수 있어. 그렇게 나를 믿자. 나도 내가 너무 무섭지만 과거의 나처럼 현재의 나는 잘 이겨낼 수 있어. 그래도 나는 열심히, 잘,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왔으니까. 그랬으니까 내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이런 이야기 안 했는데 내가 죽으면 그런 사람들이 울 것 같으니까. 그럼 내 힘들었던 시간들을 버틴 게 소용없어지는 거니까. 진짜 힘들어도 죽지만은 말자 위태위태하지만 할 수 있어.


버틸 수 있어.


이 날 글은 정말 내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이때쯤 나는 나를 통제하지 못했다.

높은 곳에 가면 떨어져 버릴까 봐 올라가지 못했고 택배상자도 손으로 뜯었다. 칼이나 가위를 들면 손이 너무 떨렸기 때문이다. 또 길을 걸으면 절대 차도 근처로 안 갔다. 주변에서 서성거리다 뛰어들까 봐.


이렇게까지 힘든데 아무 데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고 이때가 가장 비참했다.

죽고 싶지도, 살고 싶지도 않았던 그때였다.

그냥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오랜 시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앞으로도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일까 봐 무서웠다.


이때는 정말 내 삶이 무채색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 색깔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채색마저 지워질 때쯤 나는 정말 세상과 작별인사를 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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