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Dec 05. 2023

또 저질러버린

몇 달 만에 한 자해

*자해와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달 만에 커터칼을 샀다. 약간 충동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녁 사러 간 길에 칼을 사버린 거니까. 근데 최근 들어 계속 사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오늘 상담도 받고 왔는데, 자해에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못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정말 나쁜 습관이란 걸 알고 있다. 자해도 담배 끊듯이 그냥 참는 거랬다. 충동이 안 올 수는 없다고 그랬다. 근데 숨이 안 쉬어진다. 자해를 하고 흐르는 피를 보니 숨이 쉬어진다.


"엄마 나 자해했어. 나 지금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도와줘."


이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그렇게 지나가는 줄로만 알았던 나의 자해가 그날 저녁, 부모님께 들켰다. 여러 이야기들을 나눴고, 이제는 들켜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여전히 서로 담담한 척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안다. 자해한 나 때문에 엄마가 기분이 안 좋아서 한동안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았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또 자해하고 싶었다. 엄마가 웃었으면 좋겠다. 진짜 엄마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자살 충동까지 들었었다. 응급실에 가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게 왔다. 용산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전 날 유서까지 써놓고, 용산 갔다가 집 가는 길에 죽으려고 했는데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부재중 전화도 많이 와있었고,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갔다. 그렇게 자살충동은 지나가고 그다음 날부터 엄마가 웃었다.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정말 죽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사실을 엄마가 또 알게 되면 또 며칠간 웃지 않겠지. 그래서 말 못 한다. 내가 이렇게나 힘들었는지. 예전엔 힘들다고 하면 엄마가 먼저 기분 좋게 해 주고 병원도 데려다주고 그랬는데 이젠 엄마도 지친 것 같다. 엄마의 힘듦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느껴져서 기분이 좋지 않다. 차라리 내가 둔해서 기분을 잘 모르면 좋았을 텐데 너무 예민해서 엄마의 한숨소리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다. 나도 너무 힘들고 지친다. 그래도 엄마가 현재는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아니 정확히는 나한테 그 감정들을 표현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담, 그거 진짜 효과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