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Jan 08. 2024

계속해서 바뀌는 환경 속에서

갑작스런 이사와 고등학교 진학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입원 이후 좀 안정된 나는 다시는 대학병원에 올 일이 없을 줄 알았고, 내 인생의 자살시도가 다시는 없을 줄 알았고, 입원 권유를 다시 받게 될 줄도 몰랐다.


입원 이후로도 학교는 계속 못나갔고, 그래도 어찌저찌 졸업은 했다. 그 사이 우리 가족은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원래 사는 지역에서 배정받은 고등학교에서 개학 전 전학 절차를 밟았다. 입학 한달 전까지도 고등학교를 알지 못했지만 '공부를 해서 전교 1등을 해야지'라는 목표의식보다는 '그래도 한번 뿐인 인생인데 고등학교 생활은 경험해봐야지!'라는 생각이었기에 어딘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지만 불안함은 계속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병원에서 한동안 상담 주제가 계속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그래도 고등학교와는 별개로 그때는 서울로 이사를 가는 게 싫지만은 않았다. 아예 나를 모르는 친구들로부터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라 부담감이 적었고, 두 번의 자살시도를 경험한 집이었기에 그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좋고, 행복한 기억도 많았지만 힘들고, 괴로운 기억도 너무 많았다. 중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과는 헤어진다는 게 너무 아쉬웠지만 그리 먼 지역은 아니었기에 아쉬운 마음도 두고 가기로 했다. 그래도 우울을 함께한 사람들과 떨어진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내 우울을 감싸주고 나의 행복을 응원해주고 나조차도 사랑해주지 못한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소중했다. 그때 나눴던 대화들을 보면 내가 봐도 무서운 대화들이 많은데 이걸 보고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우울 곁에 있다보면 얼마나 힘든지 나도 잘 알기에 그 소중한 마음들을 받을 수 있음에 아직까지도 감사하다. 나도 꼭 그런 친구들과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나를 잘 돌봐야한다.


근데, 난 아직 괜찮지 않았다. 이사를 가서 집을 들어서자마자 든 생각.

저기서 떨어져서 죽으면 되겠다.

우리집은 5층이었는데, 거실 창문을 열면 길게 베란다 공간이 있고. 난간이 있는 구조였는데 난간을 넘으면 바로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엔 그 생각이 든 걸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괜찮아진 걸 알려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입원까지 했는데 안괜찮으면 내가 이상한거라고. 몇 달이 지나서야 엄마에게 사실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한동안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날이면 엄마는 악몽을 꿨었다. 내가 그 열어놓은 창문으로 떨어지는 악몽. 그래서 괜히 말했나싶기도 했다.


그렇게 불안감에 떨다 대망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입학하고 첫 주는 너무 잘 지냈다. 아 내가 진짜 괜찮을 때 학교 이렇게 다녔는데 싶을 정도로. 근데 그 이후로 상태가 확 나빠졌다. 3월 한달도 겨우 다녔고, 야자를 하며 숨을 못 쉬는 날들도 많았다. 내 생일 다음날에는 대학병원 진료를 갔고, 모의고사 날에는 너무 죽고 싶고 무서워서 새벽부터 부엌에 앉아 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응급실로 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 학교에서 쓰러졌다. 가는 병원마다 입원 권유를 받았고. 난 자살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자퇴를 하고, 결국 자살시도까지 하게 되었다.


  

이전 12화 폐쇄병동, 그 이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