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마음.
삶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삶은 아이가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하던 걸 멈추고 돌아보니
그냥 내가 하기 싫은 거였다.
내가 쓰기 싫었고 내가 쉬고 싶었고
내가 멈추고 싶었던 것.
아이가 느려서 발달센터를 다니고 있고
이 달부터 언어수업이 늘어났고
내 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꾸역꾸역 해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 마음이 소진되었다.
의미가 무의미가 되었다.
마침표가 물음표로 변했다.
아침에 운동을 간단히 하고
글을 좀 쓰려고 들어간 무인카페에서
아는 얼굴을 만났다.
아끼는 동생인데 책을 읽으러 왔다고 했다.
동생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걸 알고 있다.
동생에게 나는 늘 밝고 명랑한 언니이고 싶다.
내 마음도 지옥이지만 명랑하려고 애를 썼다.
주절주절 진심을 담아 말했지만
내가 무슨 말을 주절거렸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각자 할 일을 하다가 밖으로 나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보았다.
담배를 피우고 동생이 들어왔고 나도 쓰던 글을 마저 썼다.
공백의 시간 뒤 내가 물었다.
요즘 뭐가 가장 힘들어?
그냥 살기가 싫은 것 같아요.
그렇구나. 나도 그래.
아이가 나를 잡아주는 거지,
나도 살기 싫어.
나는 블로그를 멈추니까
더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
그리고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렸다.
너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면 좋겠어.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살아가는데 꼭 이유가 필요할까?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모든 사람이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편안하다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어떻든 그게 크게 중요할까.
내 만족이 우선이다.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나는 10개월동안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그것이 나를 버티게 해준 것도 맞지만
나를 결국 소진시켜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냥 하는 마음.
버티기보다 흘러가기.
이젠 어떤 이유도 찾지 않기로 했다.
그냥 살아갈 것이다.
아이가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 흘러가지 못하면 평생 고여있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