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하얗게 안개가 가득 드리워져 있는 아침입니다.
오전 시간에는 좀처럼 나가지 않은 내가 무엇에 끌렸는지 자전거를 타고 호수가로 갔습니다.
그런데, 호수의 몽환적인 풍경에 그만 정신을 홀딱 빼앗겼습니다.
안개에 젖은 호수 물속에 잠긴 나무들의 모습은 태고적에 이랬을까 싶게 자연의 신비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갑자기 마주친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이 가을이 빚어낸 단풍나무들의 색은 왜 이리도 아름다운지 또 눈물이 났습니다. 하느님은 나를 울리려고 아침부터 이곳으로 불렀나 봅니다.
내친김에 성당까지 갔습니다.
아치형 천정 때문에 더 아늑한 느낌이 드는 성당에 들어서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런데 오늘은 제대 앞에 병풍처럼 무언가가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뭔가 하고 가까이 가 보았더니 며칠 전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사를 적어 놓은 거드라고요. 참사 생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조차 너무나 미안해 바로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했습니다.
정말 미안하다고.
얼떨결에 가게 된 그 영혼들이 눈이나 감을 수 있었을까요?
그들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려는지...
아!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실버타운에 사시는 93세이신 내 엄마가 전화를 해 와서는 그럽니다.
" 어째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냐?
쓸모없는 늙은이들이 이렇게 득실거리는디
죽어야 할 늙은이들은 안 죽고 아까운 젊은 것들이
그렇게 많이 죽어불고.
세월호 그것들도 살았으믄 이것들 나이가 아니드냐?
오메! 그 아까운 것들!
그란디 도대체 으째서 그렇게도 많이 죽었다냐?
뭐가 뭔지나 알았으믄 속이나 시원하겄다.
답답해 죽겄다야!"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세월호 참사 때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다 여의치가 않자 학생들이 보낸 최후의 대화였을 문자를 소개해 놓은걸 보면.
"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 기울어졌어! 배에 물이 고여, 물이!"
등등 사랑하는 부모님께 문자라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 참사는 짧은 문자 한 자도 남기지 못한 슬프기 짝이 없는 비극에 처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때보다 더 속상하고 슬픕니다.
그렇게 많은 예쁜 젊은이들이 말 한마디 못 남기고 죽었는데도 자신들은 살겠다고 발뺌에 급급하고 있는 저 저급하고 뻔뻔한 어른들 얼굴이 보기 싫어 tv를 안 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후처리라도 진실하게 진심을 다하여 사랑하는 아들 딸을 잃은 부모들 마음을 더 이상 힘들게 하는 일은 없었음 합니다. 꼭 도와주시라고 했습니다.
2022년 가을은 이렇게 지나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