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연 Oct 06. 2016

유성우

내 소원이 이루어진 밤





8월 12일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밤.

베란다에 자리를 잡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쭉 내밀어 보아도,

주택가 창가가 그렇듯,

들쭉 날쭉한 주택들과 지붕 사이로

하늘의 달빛보단 가로등 불빛 만이

보기 쉬웠다.


티비속 올림픽화면의 밝기만이

유일하게 거실을 비추는 불빛이었다.

아빠와 나는 각자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우리 집에 옥상이 있던가?

문열려 있어?"


"응"


나는 서둘러 연필과 작은 스케치북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처음 가보는 옥상 문을 살짝 열고 들어서니

옥상이라기 보단 테라스 같은

정사각형의 작은 공간이 나왔다.

고요한 밤을 수 놓을 유성우의 향연이

시작하기 전,

누군가가 갖다 놓은 의자에 앉아

오늘따라 유독 뿌연 하늘을 바라 보았다.


넓은 밤 하늘을 긴 도화지 삼아
유성우라는 영화가 비춰질 시간을
나라는 한명의 관객만이
지켜보는 것 같았다.


찬찬히 밤 하늘을 들여다보니,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헤아릴 수 있었다.

또 묵묵히 별 들을 들여다보니,

 희미해져가던 나의 소망들을 헤아릴 수 있었다.


유성우를 내 눈으로 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이왕이면 고요하고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이 순간 이라면, 더욱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소원은 유성우를 보자마자

이루어질게 뻔하지만,

만약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난 지금 둥둥 떠오르는 소원들중

어느 하나를 두번째 소원으로

떠올리게 될까 궁금 했다.



한 시간 반정도 지났을까.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날 중에

오랜만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밤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에

만족하려 할때,

보라색. 아니 그 무언가의 색.

너무 빨리 지나가

유성우를 봤다는 사실을

느끼기도 전에,

유성우! 라는 감탄이 튀어나왔다.



200개가 떨어진다던 밤에

1개를 보았지만

그 1개를 보았으니

내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 욕심쟁이 처럼

떠올린 소원은

내가 생각해도 허탈한 것이었다.


그 많고 많은 소원중

그 것 이라니,


유성우가 빨리 지나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의 소리는 나만 들어도 충분하니깐



작가의 이전글 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