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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날 Nov 15. 2023

운동의 본질



아침에 동네 러닝 트랙에서 한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적막하고 무난한 러닝이었다. 잡생각이 없는 달리기는 명상을 하는 기분이다. 마치 머릿속을 디스크 조각 모음 하는 기분.


디스크 조각 모음이 이름을 바꿔서 이제는 드라이브 조각 모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쓰는 말로 나이가 들통 난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얼마 전에는 아는 동생에게 동사무소 간다고 했다가 정말 오랜만에 듣는 말이라고 놀림을 받았는데, 그럼 주민센터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주민센터도 옛말이고 행정복지센터라는 이름을 사용한 지 오래다.


맞다 맞아, 행정복지센터⋯. 입에 왜 이렇게 안 붙는지 모르겠다(줄여서 행복센터라고 부르기를 의도한 명칭 같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어째 그 의도에 잘 동참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잠깐 딴 길로 샜다. 아무튼 디스크 조각⋯아니, 드라이브 조각 모음 같은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개운하게 씻었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 심박수가 높게 나오는 편이다. 운동 중 평균 심박수가 180에서 많게는 200까지 나오는데, 심박수가 높은 편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의 러닝 기록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렇다고 심장이 막 두근대고 힘든 느낌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이 내 심박수를 보고 걱정을 하면 물감이 번지듯 어느새 나도 같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고는 한다.


다만 체감하는 불편함은 없기에 나의 심박수 기록에 대해 몇 가지 가정을 해봤다.


혹시 스마트워치로 측정하는 심박수가 잘못된 건 아닐까. 실제로 스마트워치와 손목 사이에 물이 들어가거나 땀이 난 상태에서는 심박수가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비슷한 컨디션으로 달린 날들도 심박수 기록이 차이 날 때가 있어서 아주 틀린 가정은 아닌 것 같지만, 달릴 때마다 심박수가 180~200의 범위에서 일관되게 기록되는 걸 보면 또 기록의 오류가 크다고 볼 수도 없을 것 같다. 이걸 알겠다고 병원까지 가서 가슴에 전극을 달고 운동 부하 검사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실은 저 너머에.


아니면 심박수 기록은 정확한데 내가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달리 말하면 나의 ‘달리기 메타인지’가 부족한 걸까. 달리면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남의 몸에 들어가 본 적은 없으니 남들도 달릴 때 나만큼 힘든지는 모르겠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운동 강도가 내게 적당한 지 객관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크고 작은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나와 비슷한 속도로 달려서 괜히 동지애가 느껴지는 사람, 늦은 오후의 선선한 날씨를 즐기며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 여러 사람을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한 시간 가량의 달리기도 끝났다.


2016년과 2020년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케냐 출신의 마라톤 선수인 엘리우드 킵초게는 마라톤이 체력보다는 정신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 육체적인 괴로움은 잊은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보니 킵초게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달리기를 할 때 거칠어지는 호흡과 허벅지에 쌓이는 젖산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예상보다 힘든 달리기가 될 것이다. 자신의 신체적 한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지금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것들에 집중하면 보다 여유 있는 달리기가 될 것이다.


나는 그저 잡다한 생각은 제쳐두고, 그때그때 목표를 세워서 달리기를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러너가 되고 싶다. 내가 원하는 건 그뿐이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심박수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컨디션을 더욱 살피면서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운동의 본질은 건강해지는 것이기에.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높은 심박수를 보고도 애써 무시하고 달린 이유는 내가 기록에 욕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록은 기록일 뿐, 나는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러너다. 프로 러너에게는 달리기라는 세계에 몸을 던지는 사명감이 필요하겠지만 내게 그런 사명감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달리기를 즐기는 게 더욱 중요하다.


즐기는 게 어째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즐겨야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몸을 애써 혹사하지 말자. 운동의 본질을 잊지 말자.






* 달리기 토막 상식 - 달리기에 적합한 심박수


달리기에 적합한 평균 심박수는 나이마다 다른데, 이를 구할 수 있는 간단한 공식이 있다. 바로 200~210에서 자신의 나이를 빼는 것이다. 그러면 20대가 달리기에 적절한 심박수는 180~190, 30대는 170~180, 40대는 160~170이 된다.


그러나 심박수만으로는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 강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운동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심박수 외에도 젖산 수치, 혈중 산소 농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감하는 운동 강도로 적정 심박수를 찾는 방법도 있다. 다만 나는 달릴 때 몸이 가볍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심박수가 200까지 치솟을 때가 있어서 체감하는 운동 강도와 심박수의 관계 역시 크지는 않은 것 같다.


다 쓰고 보니 왠지 내용에 알맹이가 없는 기분이지만, 결론은 달리기에 적합한 심박수는 이론적으로 존재하고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 강도를 찾고 싶다면 하나의 요소가 아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운동의 본질을 잊지 말자!




이미지 출처: QV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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