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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날 Nov 29. 2023

장거리 달리기를 완주하는 법



하프 마라톤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얼마 전부터 달리는 거리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평소에 10km씩 달리던 거리를 조금 늘려서 12km를 달렸다. 바람이 강해서 달리기 조금 힘들었지만 몸에 바람을 맞는 기분이 시원해서 괜찮기도 했다. ‘역풍을 맞으며 하는 달리기에도 장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달리는 와중에 새삼 교훈적인 분위기에 잠겼다.


처음 10km를 달리기로 했을 때가 생각났다. 10km는커녕 그 반절의 거리도 멈추지 않고 달려본 경험이 없었던 나는 달리기 전부터 ‘내가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애석하게도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고 나의 도전은 실패했다.


달리기는 육체적인 운동이지만 정신적인 면 또한 분명한 영향을 끼친다. 달릴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우리는 육체적인 능력과는 별개로 어떤 벽에 부딪힌다. 그 벽의 이름은 ‘정신적 한계’이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달리는 이가 스스로 세운 벽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첫 10km 도전은 ‘내가 완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시점부터 이미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느리게 달리더라도 반드시 완주한다는 마음을 가졌다면 그 결과는 지금 가지고 있는 기억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물론 장거리 달리기는 여전히 힘들다. 달리다가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실제로 몇 번 그만두기도 했다. 달리기를 40분, 50분 이어가다 보면 관절과 근육이 ‘주인님 제발 멈춰주세요, 저희한테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라고 곳곳에서 비명을 지른다. 그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달릴 맛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소리는 애써 무시한다.


이처럼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현실을 외면해야 한다. 느긋한 태도로 몸 구석구석의 사정을 전부 봐준다면 10km는 물론이고 단 1km도 달리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근본적으로 변한 점이 있다면 그건 체력적인 면이 아닌 정신적인 면에 있다. 달리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면서 나는 10km를 넘어 하프 마라톤까지 완주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내가 달릴 때 하는 마음가짐은 이런 식이다. 우선 나는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반환점을 정해놓고 달린다. 10km를 달리기로 계획했으면 5km를 달리다가 반환점을 돌고 남은 반절의 거리는 같은 코스를 따라 돌아오는 식이다.


만약 10km를 달리기로 했으면 반환점을 정한 뒤에 ‘5km만 뛰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환점까지 5km를 부지런히 달린다. 그전에 자신에게 맞는 러닝 페이스는 알고 있어야 한다. 달리기, 특히 장거리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자세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가장 효율적인 연비를 내려면 기어 변속을 하지 않고 최대한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장거리 달리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달리는 동안 러닝 페이스에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초반부터 무리해서 속도를 올린다면 반환점을 돌기 전부터 몸이 삐걱대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심장과 허파, 그리고 뼈와 근육이 동시에 파업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다보면 몸에서 자기주장을 하는 놈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아무튼, 페이스를 잃지 않고 ‘반환점 수칙’을 무사히 지킨 러너라면 반환점을 돌고 나서도 달릴 힘이 충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는 이제 집으로 가자는 일념으로 도착 지점까지 달리면 된다.


집으로 돌아와 개운하게 씻고 마실 시원한 음료나 맥주를 상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제부터는 멈춰봤자 내 손해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만 늦어질 뿐이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달리면 힘든 몸은 제쳐놓고 길 위에서 묵묵히 발을 굴리게 된다. 이게 내가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의 마음가짐이자 완주 비결이다.


매번 힘을 들이면서 장거리 달리기를 지속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달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떠오른다.






* 달리기 토막 상식 - 장거리 달리기를 위한 LSD 훈련


장거리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연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빠르게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느리게 달리는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러닝 기록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느리게 달리는 훈련은 대표적으로 LSD 훈련이 있다. LSD는 ‘Long Slow Distance’의 약자로, 천천히 먼 거리를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LSD 훈련의 핵심은 심박수에 있다. 낮은 심박수를 유지한 채로 평소보다 먼 거리를 달리면 심장과 폐의 효율성, 즉 심폐지구력이 효과적으로 상승한다. 이는 러너스 하이를 설명할 때 말했던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심폐지구력은 마라톤과 같이 긴 거리를 달리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그만큼 LSD 훈련은 장거리 러너에게 중요하다.


LSD 훈련을 하면 심혈관계와 체온 조절 능력, 유산소 능력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 다만 훈련 강도가 너무 낮거나 달리는 거리를 유의미하게 늘리지 않으면 원하는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LSD 훈련법을 찾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본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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