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동네 강변을 10km씩 달리면서 누적 거리 1000km를 달성했을 때, 그 상징적인 숫자를 달성하면서 내가 변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여기 내가 1000km를 달리고 변한 점을 몇 가지 말해보겠다.
1. 주법과 걸음걸이가 변했다.
모든 러너들이 달리기를 할수록 주법과 걸음걸이가 변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주법과 걸음걸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 나은 기록을 위해 러닝 주법에 대해 찾아보다가 미드풋 주법을 알게 되고부터다.
미드풋은 달릴 때 발바닥의 중간 부분으로 착지하는 주법을 말한다. 미드풋은 동작이 간결하고 발목 부상 위험이 적어서 장거리 러너들에게 알맞은 주법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주법을 익히기 전까지는 발뒤꿈치로 땅을 찍는 느낌으로 성큼성큼 달렸는데, 미드풋을 익히고 나서는 발바닥으로 땅을 즈려밟는 느낌으로 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달리는 습관을 들이니 확실히 발목에 부담이 덜했다. 미드풋에 재미를 붙인 다음에는 '달릴 때의 느낌과 비슷하게 걸어볼까'라고 마음먹고 연습하니까 걸음걸이 또한 바뀌게 되었다.
2. 심박수가 낮아졌다.
나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심박수가 많이 낮아졌다. 원래는 70을 웃돌았던 평상시 심박수가 지금은 50 정도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보다 25% 이상 낮아졌다. 평소에는 낮은 심박수인 서맥(徐脈)을 유지하고 있다가, 운동을 시작하면 심장이 '슬슬 움직여볼까' 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서맥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보다는 땀을 덜 흘리게 되었다. 심박수가 낮아지고부터는 굳이 달릴 때가 아니더라도 계단을 오를 때나 움직일 일이 있을 때 귀찮아하지 않고 기꺼이 움직이게 되었다. 기초체력이 중요하다는 게 이런 의미인가 싶은 요즘이다.
3. 땀 흘리는 게 재밌어졌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체감하는 변화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노력한 만큼만 결과가 드러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게 몸이라지만, 몸의 정직함을 직접 체감하기에는 사실 그 변화가 너무 느렸다.
러닝 어플은 이러한 변화를 수치화해서 내가 체감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어플이다(광고 아닙니다). 나이키 런 클럽(NRC), 런데이(RunDay) 등의 러닝 어플을 이용하면 레벨이나 챌린지 등의 시스템으로 달리기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운동과 기술의 만남으로 땀 흘리는 게 재밌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삶의 변화를 이끄는 기술 혁신에 대해 많이들 얘기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러닝 어플이야말로 기술 혁신이 아닐까⋯?
** 광고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저는 진심으로 러닝 어플의 효용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1000km도 꽤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10000km, 20000km를 달린 러너도 존재한다.
2만 킬로미터라는 거리를 상상하면 매서운 느낌마저 든다.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러너 중에서도 달리기에 혼신을 쏟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느낄 때면 과연 취미란 무엇인가―혼신을 쏟을 정도의 취미는 어떤 경지인가―하는 철학적인 의문으로까지 빠져들곤 한다.
꾸준함의 힘을 믿고 달리다 보면 나도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거리를 달성하는 순간이 올까.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런 순간이 오면 꽤 기쁠 것 같다.
* 달리기 토막 상식 - 세 종류의 러닝 주법
주법과 걸음걸이가 변한 점을 이야기하며 언급했던 러닝 주법에 대해 마저 소개하려고 한다. 러닝 주법은 크게 힐풋, 미드풋, 포어풋 세 종류가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힐풋으로 달린다. 힐풋 주법이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마라톤 선수들은 예외 없이 미드풋 또는 포어풋 주법으로 달린다.
그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힐풋은 느리다. 위의 사진을 보면 미드풋과 포어풋은 발이 땅에 닿는 동작이 1회이고, 힐풋은 발이 땅에 닿는 동작이 뒤꿈치-발바닥으로 총 2번이다. 때문에 미드풋과 포어풋은 달릴 때 탁- 탁- 탁- 탁- 하며 간결한 소리가 나는 것에 비해 힐풋은 타닥- 타닥- 타닥- 하며 다소 둔한 소리가 난다.
힐풋은 발목과 종아리 부상 위험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발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기 때문에 발목과 종아리에 하중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미드풋은 발바닥의 모든 면이 땅에 동시에 닿도록 달리는 주법이다. 미드풋은 동작이 간결하고 발목 부상 위험이 적어서 장거리 러너들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주법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마라톤 선수들이 미드풋 주법을 이용하고 있다. 나 또한 미드풋 주법에 집중해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미드풋을 익히고 나서는 땅을 발바닥으로 지르밟는 느낌으로 달리게 되면서 발목에 부담이 줄어든 게 확연히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포어풋은 세 종류의 러닝 주법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주법이다. 힐풋과 미드풋이 두 개의 관절(골반, 무릎)을 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포어풋은 세 개의 관절(골반, 무릎, 발목)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탄력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어풋은 발목에 가장 무리가 가는 주법이다. 달리는 내내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주법에서 여러 부위가 나누어 받는 하중을 포어풋에서는 발목이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 따라서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러너가 포어풋 주법을 구사하면 발목이나 아킬레스건이 부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포어풋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선수는 케냐 출신의 마라톤 세계 1위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프로 러너들은 혹독한 훈련이 뒷받침된다는 가정 하에 오직 ‘빠른 주법’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운동은 건강하려고 하는 것이다. 프로 러너를 목표하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달리는 것을 목표로 자신에게 맞는 러닝 주법을 선택해야 한다. 취약한 부위에 무리가 가는 주법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이미지 출처: Men's Ru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