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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날 Feb 14. 2024

이태원 참사의 기억



이태원 참사가 어느덧 재작년 일이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신청한 오프라인 마라톤 대회는 이태원 참사로 무산되었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있으니 오늘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2022년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나는 집 근처 러닝 트랙에서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라톤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회 시간에 달릴 수 있는 몸으로 길들이기 위해서 한창 오전에 달리는 연습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제 11월이 눈앞인데도 아침 공기가 따뜻해서 겨울은 아직 멀었나 생각하면서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오전에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건물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경찰들이 건물 안에서 분주하게 어딘가 연락을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옆집에 젊은 여자가 사는데 어젯밤부터 연락이 안 돼서 부모님이 실종신고를 했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뉴스를 보기 전이었던 나는 ‘그래도 다 큰 여자인데 하룻밤 연락이 안 됐다고 실종신고까지 할 거 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티비를 켰는데, 뉴스에서는 모든 방송사가 같은 소식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였다.


옆집의 부모님은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하고 밤중에 연락이 안 되는 딸이 걱정되어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옆집이 언제 부모님과 연락이 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후 복도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동안 그녀의 부모님이 느꼈을 심정은 아이가 있는 나조차도  헤아리기 어렵다.


사망 159명, 부상 196명⋯⋯. 서울 한복판의 축제 현장에서 나온 사상자 수치라고 하기에는 비현실적인 수치였다. 나는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는 것도 잊은 채 가만히 서서 뉴스를 연신 쳐다봤다.


내가 참가할 예정이었던 마라톤 대회는 이태원 참사로부터 일주일 뒤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 애도기간이 지정되면서 대회는 취소되었다. 이태원 참사로 여러모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16년 전 롯데월드 무료 개장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2006년, 롯데월드 직원의 부주의로 아트란티스 롤러코스터에서 탑승객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롯데월드 측은 사과의 의미로 2006년 3월 26일에 롯데월드 무료 개장 행사를 마련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기회다 싶어서 친구들과 새벽에 모여서 롯데월드로 향했다.


가까스로 도착한 롯데월드의 분위기는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롯데월드 입구의 부서진 유리창,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어찌할 줄 모르는 경호 인력, 여기저기서 압박에 못 이겨 꺅- 꺅- 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뒤섞여 분위기는 초입부터 아수라장이었다. 장소가 장소다보니 어린아이와 같이 온 가족도 많았는데, 아이를 껴안은 채 제발 밀지 말아달라고 울부짖던 어느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새벽 4시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인파는 3시간 만에 5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인명 피해 때문에 마련한 행사였건만, 결국 무료 개장 현장에서도 35명이 다치고 미아가 발생하는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마땅히 즐거워야 할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일어난 인명 피해⋯. 롯데월드 무료 개장 사태가 일어난 2006년으로부터 16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를 마주하는 건 언제나 괴로운 일이다. 수많은 ‘만약에’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공허하게 메아리치기 때문이다. 경찰 인력을 더 배치했다면, 길이 일방통행이었다면, 질서가 조금 더 유지되었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마음을 울리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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