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날 Jan 17. 2024

컨디션을 극복하고 달리기를 완주하는 법



정신을 차려보니 한 달째 달리기를 쉬고 있었다.


작년 겨울에는 눈길에서 달리기를 하고 블로그에 자랑하듯 포스팅까지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겨울에는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온갖 이유를 끌어다 쓰면서 마치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의 마음으로 달리기를 미루고 또 미뤘다.


그렇게 새해가 찾아왔다.


새해가 찾아온다고 게으른 사람이 번쩍, 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갑진년의 1월 역시 그동안 거쳐 온 수많은 날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물먹은 미역처럼 널브러졌다.


그렇게 주말 아침부터 소파에 한참을 널브러져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속을 마음껏 헤엄치다가 우연히 달리기 자세를 교정하는 영상을 보고는 문득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려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무거워진 몸을 천천히 일으켜서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화를 챙겨 신었다.


효율적인 달리기를 위해서는 머리-허리-엉덩이로 이어지는 상체를 가능한 일자로 유지하면서 몸을 앞으로 약간 기울이고 달려야 한다는 러닝 유튜버의 조언을 실천하러 집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유튜브를 너무 대충 보고 나왔나보다. 상체를 일자로 유지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몸을 앞으로 약간 기울인다는 건 또 뭔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아서 달리는 내내 갈피를 못 잡고 허우적댔다.


자세와 호흡에 집중하면 러닝을 끝까지 가벼운 느낌으로 이어갈 수 있는데, 오늘은 자세와 호흡이 무너져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빨리 피로해졌다.


오랜만에 하는 달리기라 산뜻하게 완주를 하고 싶은데, 마음이 고집부리는 걸 몸도 알아차린 걸까. 결국 달리는 도중에 멀미 기운이 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멀미 기운은 호흡이 달릴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 중에는 달리는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러닝을 중도 포기하면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잘 알지만, 구역질을 할 정도로 불안정한 컨디션이라면 무리해서 완주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 정도로 불안정한 컨디션은 아니었기에 계획했던 10km 러닝은 마칠 수 있었다. 좋지 않은 컨디션을 극복하고 달리기를 완주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내가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걸어서라도 완주하는 것이다.


계획한 거리를 완주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씻고 나서도 개운함은커녕 아쉬움만 남는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달리기를 한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멀미 기운을 느끼고부터 기록 욕심은 버리고 속도를 크게 줄이기 시작했다. 목표가 오직 ‘완주’ 하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6km 부근부터 속도를 20% 줄이자 거의 걷는 속도에 가까워졌다. 느릿느릿 10분 정도를 달리고 있으니 다행히 멀미 기운이 가라앉으면서 7km 이후부터는 다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기록을 보니 초반 기록이 괜찮아서 예상외로 평소와 비슷한 완주 기록이 나왔다. 초반에 자세를 잡느라 힘이 들어가서 중후반에 삐걱거린 게 아닌가 싶었다. 자세가 어색하긴 했어도 러닝 유튜버의 가르침이 확실히 효과는 있었나보다.


조바심이 날수록 천천히 생각하자. 내가 달리기로부터 도망갈지언정 달리기는 내게서 도망가지 않는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장거리 러너다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 달리기 토막 상식 - 루틴의 중요성


달리기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권태기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시작부터 김빠지는 것 같아 유감이다). 권태기라는 녀석은 마치 건강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감기가 드는 것처럼 정신을 차려보면 돌연 내게 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방법 중 달리기 권태기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8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쓰고 싶은 날도 있고 쓰고 싶지 않은 날도 있지만, 저녁이 되면 마치 양치질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펜을 꺼내들고 일기를 작성한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텁게 쌓아 올린 루틴이 있기 때문이다.


내겐 달리기에도 ‘주1회 10km 달리기’라는 루틴이 있다(있었다 아니, 있으려고 노력한다). 루틴이 있으면 어쩌다 달리기를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일단 신발을 챙겨서 집을 나서게 된다.


본문에서 질척대며 달리기를 미룬 이유도 루틴이 깨졌기 때문이다. 결국 권태기를 극복하려면 루틴을 쌓아야 한다. 하고 싶거나 말거나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루틴을 말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지속하고 싶다면 잘 짜인 루틴 안에 자신을 집어넣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법칙을 이루고 싶은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세상일이 전부 그렇게 쉽게만 굴러간다면 나는 일찍이 돈방석에서 뒹굴고 있었겠지.




이미지 출처: Hoka One O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