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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날 Jan 03. 2024

열심히 운동하고 병을 얻었다



올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러닝 수트를 입고 10km를 달렸다. 해질녘에 달리니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달리기에 좋았다.


맞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이건 공냉식 러닝이다. 달리기를 방해하는 녀석이 아니고 내 땀을 식혀주는 고마운 녀석이다'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달렸다. 언제든 긍정적인 생각은 도움이 된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서 얼마 전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차트를 유심히 보더니 나에게 대뜸 “운동을 열심히 하시나 봐요?” 하고 물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서맥(徐脈, 낮은 심박수)인 경향이 있다는데, 내 심박수가 낮은 것을 보고는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나는 내심 뿌듯한 마음에 "네. 달리기랑 근력 운동 꾸준히 하고 있어요.” 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나의 대답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인자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운동을 줄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음, 칭찬이 아니었나⋯.


의사 선생님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빈맥과 마찬가지로 서맥 역시 건강에 좋은 증상이라고는 할 수 없고, 운동이든 뭐든 과하지 않은 게 제일이라는 것이다.


부정맥의 여부는 오늘 받은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만으로는 원인을 알기 어렵다고 해서 피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


달리기를 꾸준히 했더니 서맥이 되었다는 하루키의 에세이(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나는 러닝을 시작했다. 하루키처럼 나의 심박수 역시 서맥이 되고 나서 나도 이제 러너의 심장을 가졌다고 뿌듯해했다.


그러고 얼마 후 나의 작은 세계의 상식이 무너졌다. 의사 선생님은 내 마음속 러너의 세계로 들어와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몸에 좋다’라고 적혀 있는 명패를 부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이것은 하루키의 배신이자 운동의 배신이었다. 하루키 씨, 본인은 달리기 때문에 병원에 간 적이 없다고 서맥을 좋다는 듯이 말하다니요(그는 원체 몸이 튼튼하다고 한다. 숙취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양반이니⋯). 어쨌거나 당신을 믿고 한 달에 100km씩 마음껏 뛰어재낀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병원을 다녀온 뒤로 나는 왜 달리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왜 달리는 걸까.


돌이켜보면 건강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를 읽고 충동적으로 집 근처를 3km 남짓 달린 게 그 시작이었다. 달리는 게 즐거웠기 때문에 지금까지 달릴 수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러닝을 그만 둘 생각은 없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적당한 선에서 러닝 강도를 줄여야 할 텐데 그러다가 러닝에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이것 하나가 걱정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걱정하지 말자. 담배를 줄이는 것도 아니고 마약을 끊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달리기를 조금 덜 하는 것이다. 10km씩 뛰던 것을 킬로수나 빈도를 줄인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 달리기 토막 상식 - 건강한 달리기를 위한 스트레칭


다른 어떤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운동 역시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달리기를 ‘열심히만’ 한다면 부상에 빠질 위험이 커질 것이다.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기 때문에 러너라면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스트레칭은 크게 동적 스트레칭정적 스트레칭으로 나눌 수 있다.


동적 스트레칭은 말 그대로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스트레칭을 말한다. 동적 스트레칭은 인대와 관절 등의 가동 범위를 늘려 부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정적 스트레칭은 몸을 천천히 늘리고 조이는 스트레칭을 말한다. 스트레칭 하면 사람들이 흔히들 떠올리는 모습이다. 정적 스트레칭은 운동으로 피로해진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달리기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스트레칭 방법은, 달리기 전에는 동적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기를 마치고는 정적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워밍업을 위한 스트레칭이 동적 스트레칭이고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한 스트레칭이 정적 스트레칭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트레칭을 습관화하고 나서는 이렇다 할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올바른 운동 습관을 길러서 건강하고 재미있는 운동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Crowd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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