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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날 Jan 10. 2024

달리기를 하다가 액정이 부서졌다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서는 길, 잠깐 메모할 게 있어서 스마트폰을 꺼내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스마트폰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누군가 들으면 딱지 치는 소리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나의 작고 가냘픈 러닝 파트너는 제법 큰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등을 보이며 바닥에 납작 엎드린 러닝 파트너를 조심스럽게 들고는 눈을 감았다. 마음속으로 세 번 외쳤다. 제발⋯ 제발⋯ 제발⋯. 천천히 눈을 뜨니 액정에는 일그러진 내 얼굴이 비쳤다. 그곳에는 무수한 실금이 가 있었다.


하아아⋯⋯. 액정을 바라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생에게 2년 전에 공기계로 받은 녀석이었다. 깨진 액정을 보면서 멘탈이 가출했다가, 그래도 공짜로 받은 건데 2년이면 오래 썼지, 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내 마음속 긍정이와 부정이가 치열하게 싸웠다.


그래도 달리러 나왔으니 달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발을 이끌었다.


메모 따위 안 하고 폰을 주머니에 모셔놨으면 어땠을까,

더 조심스럽게 폰을 잡고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아예 오늘 달리기를 하러 나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마음속에서 수많은 ‘만약에’가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액정에 새겨진 거미줄 같은 실금에 대한 잡념을 떨칠 수 없었다.


집에서 확인해보니 액정에 터치가 먹히지 않는 부분은 없었다. 한 군데라도 안 눌리는 부분이 있으면 폰을 교체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모든 부분이 문제없이 잘 눌려서 다행이었다.


터치감이 둔해진다는 이유로 호기롭게 보호필름 없이 사용하고 있던 폰이었는데(여기서도 ‘만약에’가 메아리쳤다), 액정이 깨지고 바로 풀 커버 보호필름을 구입했다. 액정이 깨진 이상 떨어지는 액정 파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호필름을 사용해야했기 때문이다. 필름을 붙이고 이 폰의 이름을 ‘외양간’으로 정했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액정에 박힌 실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렸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마음속의 부정이를 몰아내기 위해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그러자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긍정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러닝 파트너가 조금 다쳤다고 함부로 손절할 수는 없지. 나의 작고 가냘픈 녀석이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함께할 생각이다.






* 달리기 토막 상식 - 러닝 장비 추천


달리기는 가벼운 차림으로 하는 게 미덕이라지만 기록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장비 역시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떨어트린 김에 내가 유용하게 쓰고 있는 러닝 장비를 추천해보겠다.



1. 암밴드, 러닝벨트




달리는 동안 심박수, 보폭, 평균 속도 등의 수치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러닝 어플을 이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갖고 달려야 한다.


스마트 워치의 샐룰러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없이 좀 더 가볍게 달릴 수 있지만, 대신 스마트 워치에 추가로 부과되는 샐룰러 요금제를 감당해야 한다. 때문에 암밴드와 러닝벨트는 러너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러닝 장비가 될 수 있다.


암밴드와 러닝벨트는 달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몸에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 제품이 좋고, 몸에 꼭 맞는 착용감이나 내구성 또한 중요하다. 때문에 암밴드나 러닝벨트는 가능하면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2. 러닝화




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아무래도 러닝화가 아닐까 싶다. 러닝화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종류가 다르다보니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면 본인의 러닝 주법에 맞는 러닝화를 신으면 된다(본문 8화의 ‘세 종류의 러닝 주법’ 참고).


러닝 주법은 힐풋, 미드풋, 포어풋 세 종류로 나뉜다. 그리고 러닝화의 종류는 각 러닝 주법에 맞는 미드솔(midsole)의 형태로 나뉜다.



미드솔(midsole)이란, 신발 바닥을 두껍게 하기 위해 안창과 겉창 사이에 샌드위치 형태로 삽입한 창을 말한다.



미드솔 뒷부분이 두꺼운 러닝화는 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는 주법인 힐풋으로 달리는 러너에게 알맞고, 미드솔이 전체적으로 고른 두께의 러닝화는 발바닥의 모든 면이 땅에 동시에 닿는 미드풋으로 달리는 러너에게 알맞다. 따라서 좋은 러닝화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러닝 주법에 맞는 러닝화를 선택해야 한다.



3. 스마트 워치




사실 나는 스마트 워치에 대해 ‘굳이 쓸모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애플워치 6세대를 사용할 기회가 생겨서 달리면서 몇 개월 동안 사용해봤는데, 전에 가졌던 의구심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스마트 워치의 장점은 다른 러닝 장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러닝 어플이나 암밴드, 러닝벨트는 스마트 워치가 없으면 반쪽짜리 효과밖에 낼 수 없다. 달리는 도중에 암밴드나 러닝벨트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기록을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면 달리는 도중에 러닝 어플로 기록을 확인하다가 스마트폰을 떨어트려 액정이 깨지거나(내가 겪은 것처럼!) 물에 빠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알맞은 장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런린이일 때는 몰랐는데 달리기 역시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장비빨(?)이다.




이미지 출처: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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