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t!
옥토버페스트 시즌. 모른 척 지나가기에는 독일 교환학생들에게 큰 행사이다. 치솟은 가격에 숙소를 구하지 못했지만 민정이가 구해놓은 에어비앤비 바닥에서 신세 지기로 하고 뮌헨으로 가는 플릭스 버스에 몸을 구겨 넣었다.
짚을 엮어 만든듯한 알록달록한 망토 걸친,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물어봐주길 기다리다 지쳤는지 앞에 앉은 여자에게 자신은 옥토버페스트에 가는 것이며, 매우 기대된다며 아이처럼 기뻐한다. 나도 덩달아 흐뭇해진다.
잠시 정차하는 버스. 여기서 잠시란 1분도 안 되는 시간이다. 이 사실을 몰랐던 그는 어디론가 홀연히 걸어가버렸다. 이상기후로 추운 날씨지만 겉옷과 모자, 가방까지 모두 버스에 둔 채 맨 몸으로.
버스가 출발하고, 아까 그와 잠시 교류했던 여자는 단호하게 "Warte!"를 외치며 자신보다 수십 배는 큰 커다란 버스를 돌려세운다. 하지만 돌아간 자리에 그는 그 자리에 없었고, 몇 분이 지나도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자도 별 수 없다. 다음 정류장에서 그의 짐을 챙겨 나가는 플릭스 버스 직원들을 보며 그가 무사히 연락을 취했을 것이라고 믿어볼 뿐이다.
여기저기서 독일 전통 의상인 가죽바지(Lederhosen)나 딘들(Dirndl)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때 아닌 추위에 먹을 것도 없는데 이를 딱딱 부딪치며 저작 작용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옥토버페스트는 철저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곳이다. 아무도 없는 의자 위에 달린 난방기구에 좀 더 가까이 앉을라치면 어디선가 달려와 거기에 앉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며 밀어내고, 14유로짜리 맥주를 다 마시는 순간 또 바람처럼 나타나 한 잔을 더 시킬 것인지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인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식이었다.
주최 측의 본질은 수익창출로 변질되었을지 몰라도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열린 마음은 자꾸 내 마음도 열리게 한다. 추위를 이기려 연신 들이키던 맥주도, 민정이는 기억 못 하지만 함께 탄 놀이기구도, 축제 자체가 좋았기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에어비앤비 주인이 자신의 조그마한 방이 2명뿐만이 아닌 3명의 갈 곳 없는 난민들에게도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줬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