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E를 발음하시오.
리위(아무것도 모르나 자신 있는 사람) / 레베(한국인) / 헤베(독일어를 아는 외국인) /...(못 읽음)
실제로 길 가다 마주친 다른 교환학생들의 행서니가 레베인 경우, 다른 단서들이 좀 더 필요했었다.
REWE는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의 하나로 다양한 상품과 꽤 괜찮은 품질을 가진 곳이다.
일요일에 레스토랑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이곳에서는 토요일 저녁시간이나 월요일에는 특히 계산대 앞으로 길게 늘어진 줄을 볼 수 있다. 나도 이 대세에 맞추어 토요일에 장을 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해두어도 일요일만 되면 살까 말까 하다 말았던 그 품목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가지고 싶었던 것들은 ‘일요일에 산’ 무언가 이다.
내가 지냈던 기숙사는 일명'레베권'으로 약 500m 거리에 조그마한 레베가 있는 곳이었다. 나의 추억은 바야흐로 2018년 9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나는 독일어 인텐시브 과정을 수강하며 매일 오전부터 4시간씩 독일어로 온 몸 구석구석을 두들겨 맞고 녹초가 되어 돌아와, 기한이 다음날까지인 과제를 하고 나면 하루가 어떻게 끝나는 줄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독일을 여행 중이던 승원을 만나기 위해 묻지마 결석권 1회를 사용해 아침 일찍 하이델베르크로 떠났다.
(하이델베르크 여행)
아쉽지만 쾰른으로 떠난다는 그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책을 펴고 부엌에 앉아있었다. Kölsch를 마실까 말까 하는 승원의 메시지를 받은 나. 나도 여행의 감흥이 가시질 않았던 터라 마음이 동한다. 시계를 확인하니 REWE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17분, 주머니에 5유로를 급히 쑤셔놓고 달려 나간다.
분명 가격을 확인하고 6개들이 맥주 묶음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안경 낀 점원이 바코드를 찍었는데 화면에 나타나는 수의 첫자리가 6이다.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며 돈 대신 어색한 미소를 내보이며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나. 무슨 일이냐고 묻는 다른 점원에게 판트를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는 점원. 게나우. 정확하다. 판트를 글로 배운 나는 가격표 아래 작게 적혀있는 추가 가격을 몰라 생긴 일이었다. 그렇게 두병만을 가지고 귀환.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위층에 사는 플랫 메이트가 내려와 물을 올린다. 그의 이름은 (내 기억이 맞다면) 에릭, 주식은 파스타와 대마라면. 그날도 늦은 시간에 라면을 먹으려 물을 올리러 왔다. 불편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밖으로 나간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용 부엌에 앉아있는 것은 통상적으로 ‘저는 사회화를 원해요.’라는 의미였지만 당시 나는 점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내가 자석처럼 이끌려 항상 앉아있던 부엌의 유일한 사장님 의자도 그의 것으로 밝혀졌다. 착한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