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배고픈 자에게만 주어지는 행운
바닷바람으로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능한 반경 내에서 찾아갈 수 있는 곳을 고르다가 가게 된 일본 라멘집. 두 번째 아시안식이다.
21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그 인기를 증명하듯 테이블에 앉기까지, 그리고 주문 후 앉아서도 꽤 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음식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나는 냅킨 턱받이에 포크와 수저를 들고 냉큼 음식을 내 앞으로 가져오라는 의미를 부드럽게 전달한다. 다들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던 중. 난 입안에서 면발에 딸려 들어온 씹히지 않는 무언가를 꺼내놓았다. 약 0.5cm의 고무 재질의 이물질이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얼핏봐도 셋 중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사람은 나다. 그릇을 가지러 온 서버에게 나는 깨어있는 소비자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침묵하지 않았다. 절대 내심 타코야끼나 파르페를 바라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화들짝 놀라며 매니저에게 다녀온 뒤,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음식값을 받지 않는다. 어쩐지 민망해하며 서둘러 음식점을 나온다.
본의 아니게 아낀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숙소로 돌아간다. 반쯤 잠 든 채민언니를 일으켜 아이스크림을 먹이고 다시 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