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자기소개도 못하는 애가
미국에 떨어졌다

방랑객 노라의 고군분투 미국 교환학생 이야기 EP_01

by 보통의 다지


20대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꼭 내가 겪은 이야기를 모두 엮어 에세이 집을 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물론 판매용은 아니고 나의 소중한 청춘을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한 권씩 선물하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부터 '역마살'이 있는 내가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쭉 연재를 할 예정이다. "How are you?"도 못 알아듣고 시작한 미국 교환학생부터, 스페인어 1도 모르고 떠난 쿠바 여행, 내 속의 또라이를 발견했던 베트남 여행, 그리고 10kg 배낭 하나와 단돈 60만 원으로 떠난 한 달간의 말레이시아, 필리핀 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갔다 왔지만 코로나로 반 강제 귀국당했던 호주 워킹 홀리데이까지.


26살, 제대로 된 사회생활 경험도 없고 이력서의 자격증란에 가장 기본적으로 적는 컴활 1급은 없지만,

나는 대학에 다시 돌아가도 '스펙을 쌓는 것' 대신 '뭣도 모르는 방랑객'이 되는 걸 다시 선택할 거다.

고등학교 때까지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책과 씨름하며 작은 박스 안에 갇혀 버렸던 소심하고 우울한 아이에서 어디서든 적응할 수 있는 힘과, 지구촌 사회의 나쁜 사이클을 끊고 싶다는 꿈도 가질 수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일기를 써 놓기 참으로 잘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2017년 8월 21일

나는 함께 교환학생에 선발된 3명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우리의 루트는 케세이퍼시픽을 타고 홍콩으로 가서 7시간 20분의 대기 후 16시간 40분을 이동해서 뉴욕에 도착. 뉴욕에서 10시간을 대기하고 버펄로로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 40분을 타고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처음부터 삐꺼-덕.

홍콩에 가본 적이 없던 우리는 공항과 시내의 거리 (약 2시간)를 생각하지 않고 비행기를 끊었고, 홍콩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기분이 업 되어 있었다. 거리를 확인하고... 음 포기. 게다가 더 큰일이 있었으니.


같이 온 언니 중 한 명이 사랑니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에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미리 환전해 온 홍콩 돈을 다 쓰며 우리가 든 의료보험에 사랑니 치과 치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했고, 미국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을 참지 못할 것 같다는 언니의 말에 우리는 3단 분리. 각각 2-3개의 항공사를 맡아 한국으로 바로 되돌아 가는 항공편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있던 날은 극 극 성수기. 가장 빠른 비행기가 9월 1일이라는 말에 씁쓸하게 언니를 위로하러 돌아왔다.



다행히 공항 내 의료 시설에서 진통제를 먹고 비행기 내에서 숙면을 취한 덕에 언니는 괜찮아 보였다.

그제야 한 시름 놓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미국에 간다니' 이미 두 번째 비행기를 타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이 비행기를 타기까지 정말 난 밑바닥까지 추락했었다. 토익도 1번부터 틀렸던 영어 바보였던 내가 교환학생 지원 성적인 (미국 대학교 등록금 면제 기준) 토플 80점을 달성하기까지 많이도 다치고 많이도 울었다.

자취방에서 먼 고속터미널 역의 한 토플 스파르타 학원에 다니면서 새벽 3시에 자서 새벽 6시 반에 나가는 짓을 2달 반이나 매일 반복했고, 열심히 해도 들리지 않는 리스닝과 아예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외워서는 되지 않는 스피킹은 내 자존감을 깎고 또 깎았다. 어떤 날은 수업 시간에 펑펑 울면서 나간 적도 있고, 야자 시간에 선생님 몰래 한강으로 도망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하루에 700개씩 외우던 단어와 잠잘 때도 리스닝 예문을 귀에 꽂고 자던 나의 노력은 실제 시험에서 크게 화답을 해줬다. 고득점은 아니었지만, 원하는 학교를 쓰면 붙을 수는 있는 성적이었다.

문제는 스피킹. 다른 건 열심히 하면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21년간 영어로 말을 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컴퓨터와의 자유로운 대화는 불가능했다. 결국 최하점을 받았다. (그냥 노래만 불러도 이거 보단 높게 나온다는 말에 대충 격)


비행기 안에서 이 기회를 얻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 내가 대견하면서도 영어로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걱정이 됐다. 게다가 나는 글과 말하기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미디어과가 아니던가.

아 제대로 망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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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야 하는 비행기 안. 난 걱정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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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을 가끔씩 끊어 줬던 정말 맛있던 기내식.


살면서 한 번에 16시간 40분 동안 비행기를 탈 일이 또 있을까.

13만 원 아끼겠다고 직항을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면서 새벽 1시 뉴욕에 내렸다.

그리고 우린 10시간 대기.

와. 정말 혼자 왔으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같이 온 친구들과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게임을 하며 우린 정말 열심히 버. 텼. 다.


오랜 기다림 속에 뉴욕에서 버펄로로 가는 델타 항공에 탑승.

짐의 무게 때문에 1등석을 끊었는데...

무게가 32KG는 무슨 23KG밖에 안돼서 돈만 날렸다. 그리고 1등석을 즐기지도 못하고 탄 지 30초 만에 기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선이라 그런지 이코노미나 1등석이 크게 다를 게 없다.


버펄로 공항에 도착을 하니 미국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아 정정한다. 미국 시골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날 다른 학교에서도 많이 와기에 공항에 교환 학생을 담당하는 국제처 근로 학생 ('버디'라고 부른다) 이 마중을 나와 있었는데 우리는 택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택시비 50달러)


운이 좋게도 우리 학교는 교환학생 파견 전 상대 학교에서 와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줬었는데,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이른 아침에 학기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데리러 왔기 때문. 따뜻한 사람들.


내가 다닐 학교는 나이아가라 대학교 (미국 쪽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차로 5~7분 거리로 참 아름다운 곳이다. 물론 매우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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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수업의 대부분을 여기서 보냈다. VINI HALL


적당한 사이즈의 고즈넉한 이 캠퍼스가 퍽 마음이 들었다. 바로 다음 날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는데 수영장도 있고, 짐도 엄청 커서 신기했다 (물론 1년 간 수영장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짐에서 줌바 댄스도 수업도 무료로 듣고 운동도 가~끔 하고 스쿼시도 들었다) 나 수영복 왜 가져 간 걸까?

20170824_114759.jpg?type=w1 꽤 큰 사이즈의 수영장. 무료로 수영 수업도 열린다.



그러고 나서 진행한 오티. 알아들은 건 30%도 되지 않는다는 거는 비밀.

그래도 좋았던 건 총장님을 비롯한 직원분들께서 국제 학생을 얼마나 아끼고 서포트해주시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 알고 보니 이 학교에 한 학기에 60명 이상의 국제 학생들이 오는데 (한 학년 인원 400도 안 되는 작은 학교)

그중 아시아 권 학생들이 대체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또 대학원도 아이비리그로 많이 가서 그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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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_121630.jpg?type=w1 오티 이후 야외 바비큐를 먹었다. 그것도 총장님 옆자리에서


삼일 간 국제 학생들을 위한 행사를 마치고 신입생과 함께 정식으로 이 학교의 학생이 되는 입학식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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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시작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는 거야.


1년 목표

1. 영어에 익숙해지기 - 첫 주에 "HOW ARE YOU?" 도 못 알아들었지

2. 수업시간에 무조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말하기 전에 무조건 쓰는 습관 버리기

3. 친구들 많이 사귀기- 알코올 중독자 될 뻔


항상 좋은 학생은 아니었지만, 1년 목표는 모두 지키고 왔다.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웃기도 참 많이 웃었던 미국 생활기 그럼 이제부터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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