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둡고 슬플 때가 있는 사람입니다.
남자 친구가 잠수를 탄지 5일이 되었다.
"미안... 요즘 내가 너무 힘들다.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없을 것 같아."라는 한 마디만 남긴 채.
겨우 3개월. 한 번도 내게 왜 힘든지, 뭘 원하는지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불안장애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을 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아픈 것은 절대 공유하려 하지 않았었지. 스트레스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쏟아내면서도 무기력한 남자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혼자 있고 싶은 날이 있으면 솔직하게 내 심정을 고백했다. 하지만,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전화기가 고장 났나 싶을 정도로 길어지는 Pause상태와 용기 내서 꺼내놓은 위로와 배려들도 시큰둥 반응하는 사람에게 나는 의미 없는 치어리더가 되어버렸다. 잠시나마 같이 살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그가 점점 더 멀게 느껴지면서.
하지만, 3년 만에 한 연애가 이렇게 끝나가는 것에서 오는 좌절도 있을 텐데 나는 이상하리만치 멀쩡했다. 이런 일에 너무나도 익숙했으니까. 세상 밝고, 긍정적이며 내가 하는 공부 혹은 일을 사랑하는 내 모습에 호감을 보이며 먼저 사귀자고 했던 과거의 남자 친구들. 그러나 그들은 항상 그런 모습만을 보고 싶어 했다. 자신의 텐션을 높여줄 에너지 드링크가 필요했던 거다. 정말로 기댈 곳이 필요했을 때는 그 누구도 내 옆에 남아있지 않았다.
독립적인 여자
쿨한 여자
강한 여자
밝고 긍정적인 여자
내가 만들지 않았던 이 타이틀은 내가 연애를 할 수 있게 해 준 것들이면서, 가장 빠르게 그 끝을 만드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현재 진행형이다.
학부시절,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전공에서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여러분이 미디어과 학생으로서 가장 고도화되고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건 연애예요."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내 연애에 없었다. 가림막 뒤의 어색함과 답답함만이 존재했다. 5일이 지난 지금, 마지막은 그가 스스로 입을 열고 마음의 소리를 전하는 것으로 끝을 내길 바라며 더 이상 누군가의 치어리더가 아닌, 내 현재와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그 무엇보다 상처 입은 내 마음을 다독이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나는 그걸 극복할 의지가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