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20일간 스페인에서 만난 8개의 도시_2탄

by 보통의 다지

"너는 여행을 왜 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다른 답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내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 같다. 올해 1월, 2년 동안 변이를 멈추지 않는 코로나를 뚫고 스페인에 다녀왔다. 지금은 한국이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이 당시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스페인의 확진자 수는 무려 30만 명. 그런 상황에서도 여행을 결정한 것은 남자 친구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그동안 흥미를 가지고 공부해 온 내 스페인어에 실력(이제 겨우 신생아를 벗어나 2살 정도의 실력)을 검증할 기회를 얻는 것과 내가 행복하게 살만한 나라인가를 확인하고 싶음이 컸다. 나의 마음을 아는 남자 친구는 3주간 8 도시, 약 3184km를 운전하면서 최대한 다양한 도시의 많은 모습들을 보여주려 애썼고, 나는 그 과정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 20일간 스페인에서 만난 8개의 도시_1탄


오늘은 1탄에 이어 5개의 도시에 대한 리뷰를 해 보려고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가 많으니,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4.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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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중반부터 스페인의 수도였던 마드리드. 화려한 왕의 별장과 세계 3대 미술관 그리고 한국인에게 '종이의 집'으로 잘 알려진 조폐국까지. 2박 3일을 관광지로 꽉꽉 채워 넣을 수 있을 만큼 볼거리가 많다. 펜데믹 이후에 미술관들은 인원 제한을 걸고 있으니, 꼭 미리 예매를 하길 바란다 (학생이라면 학생증을 꼭 지참하고 여행하는 것을 잊지 말기!) 외국인들의 거주비율도 높아서 어학당도 많은 편. 바르셀로나와 달리 힙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꽤나 많고, '쇼핑을 하려면 마드리드로 가라'라는 말이 있듯 스페인의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나도 이곳에서 정말 괜찮은 브랜드를 발견했는데, 바지를 1개만 사 온 것이 한이다. 마드리드 센터를 조금 벗어나면 조용한 공원들과 거주지들이 있는데, 바르셀로나도 비쌌지만 마드리드는 월세가 정말 미친 것 같다. 서울이 그리워지는 월세. 일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가서 살지는 모르겠다.



5. 부르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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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에 있는 부르고스는 산티아고 순례길 중간 기착지 가운데 가장 큰 도시면서 교통의 요지다. 마드리드와 프랑스를 잇는 기차도 부르고스를 지나가고, 공항도 있어 바르셀로나까지 쉽게 움직일 수 있다. 내륙에 위치하고 해발고도가 높아 겨울에는 일교차가 크고,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을 했을 때에는 오히려 따뜻했다. 영상 15도의 포근함과 파란 하늘 아래 내리쬐는 햇살 덕분인지 체감 기온은 더 높게 느껴졌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한국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된 이후, 부르고스를 찾는 한국인들이 많아져서 네이버에서 쉽게 맛집이나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그런 곳마다 줄이 길게 늘어져서 결국에는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2015년, 유네스코에서 정한 '스페인의 미식의 도시'인 만큼 그렇게 생각 없이 들어간 곳도 음식은 저렴한데 맛있었고 바쁜 와중에서도 직원들에게는 따뜻함과 친절함이 묻어났다. 북부에 위치한 도시 중 부유한 편에 속한다고 하는데, 엄청난 사이즈의 밀밭과 우유 생산량 때문인 것 같다. 참, 이곳에 오면 한국의 순대와 비슷한 모르씨 야(Morcilla)를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스페인에서 고향의 맛을 찾은 느낌이었다. 살라망카를 가는 길에 우연히 들린 도시지만, 조금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이었다.


6. 로그로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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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리오하(La rioja) 지역의 주도인 로그로뇨를 방문했던 건 정말 즉흥적인 일이었다. 술 관련 뉴스레터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고 있는데, 스페인까지 왔으니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꼭 영상을 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에서 아침부터 약 4시간을 운전해서 도착한 로그로뇨. 부르고스와 마찬가지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포함되어 있으며 주민의 대부분이 와인 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스페인 와인 거래의 중심지다. 로그로뇨 시내의 밤은 수많은 술집과 식당들 그리고 맛있는 와인을 찾아 bar hopping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스페인 와인이 저렴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바에서는 가격이 조금 올라가는 편인데 (그래도 2.5-3.5유로 안팎) 여기서는 1잔에 1유로 ( = 1,300원 정도) 라 놀랐다. 몸이 안 좋았던 탓인지, 처음 맡는 와인 발효 냄새가 몸에 맞지 않았던 것인지 와이너리 투어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두 번 쓰러질 뻔했는데, 이 때문에 제대로 로그로뇨의 밤을 즐기지 못해 너무 아쉽다. 스페인의 맛있는 와인을 맛보고 싶다면 ARAICO를 방문해보기를!


7. 살라망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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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망카의 첫인상은 '젊다'였다. 학생들의 웃음과 이야기로 가득 찬 술집,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이 도시를 더욱 빛나게 했다. 살라망카주의 주도인 이곳은 마드리드에서 서쪽으로 200km, 포르투갈 국경에서 동쪽으로 80km 떨어져 있다. 리스본과 마드리드의 중간 정도에 있는 듯하다. 구도심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아름답고, 살라망카 대학교는 서방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학교로 1218년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포함해 3만 명의 학생들로 생기를 띄고 있었다. 화려한 술집이나 식당은 없으나, 학생들이 주 고객인 만큼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만약 스페인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상상도 했다. 겨울에는 건조하고 일교차가 커서 밤이 되면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데, 그럼에도 밤늦게까지 밖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소리들로 거리가 왁자지껄하다.


8. 그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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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도시이자, 기회가 된다면 한 달 살기를 해 보고 싶은 곳, 그라나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오묘하게 섞여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특이한 여행지였다. 다만, 우리는 이곳저곳 쉽게 여행하고 싶어 시내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전망대가 많아 구글 지도에서 5분이 5분이 아니었다. 내려올 때는 편하지만 돌아갈 때는 힘든 계단식 구조. 그래도 야경을 보는 재미도 있고, 어쩐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라나다는 한국인에게 드라마 덕분에 유명해진 '알함브라 궁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가보니 기분이 묘했다. 2주 넘게 고딕 양식만 보다가 처음으로 이슬람 양식을 섞은 궁전을 봐서 그랬는지 5시가 넘어가자 급격하게 추워지는 차가운 궁전에서도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그라나다가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무료 타파스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술을 시키면 간단한 안주를 공짜로 주는 것이다. 여기가 애주가들의 천국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즐거웠던 것은 날씨와 티 문화. 큰 일교차 때문에 독감에 걸려 5일을 앓아누웠었는데, 그라나다에 도착하고 24도의 따뜻함을 즐기니 금방 몸이 나았다. 게다가 아랍상인들이 운영하는 티 카페에서의 시간은 힐링 그 자체. 다시 스페인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번에 못 간 세비야와 함께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이렇게 3주간 8개의 도시를 돌며 나의 첫 스페인 여행이 끝났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스페인의 도시들, 현지인 남자 친구가 있어서 책에서는 알 수 없었던 문화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고, 꼭 다시 오고 싶어졌다.


미국과 호주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유럽은 나에게 그리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의 편협했던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스페인은, 스페인 사람들과 스페인의 문화는 매일매일을 정신없이 살면서도 앞날을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로 아파했던 나에게 한 스푼의 여유를 선물해 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정말 고마웠던 나라.

그리고, 아픈 나를 끌고 다녀주느라, 나에게 많은 곳을 보여주려고 A부터 Z까지 계획을 세워준 나의 파트너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Gracias, España

Volveré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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