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브런치를 돌려주세요

마케터가 되고 싶어서 내 유일한 안식처를 내어줬다.

by 보통의 다지

브런치에 글을 쓰는 빈도가 줄었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개씩 쓰기도 했는데 말이다. 더 이상 나만의 공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달까. 마케터를 희망하는 취준생으로 몇 달간 살면서 관심 있는 기업의 공고가 뜨면 계속 지원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는 필수였다. 왜 인턴에게도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지, 포트폴리오 이외에도 그래픽 디자인 능력, 데이터 문해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콘텐츠 메이킹 능력, 외국어 능력 등등 취준을 하다 보면 내 인생이 허무하고 쓸모없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도 여전히 이 분야에서 후회 없이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포트폴리오를 수정했고, 콘텐츠 메이킹 능력 부분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블로그 유튜브를 브런치를 포함시켰다. (물론 실제로 면접에 들어갔을 때 모든 담당자들께서 이 활동(?)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고 궁금해하셨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을 생판 모르는 채용 담당자에게 오픈한다는 것에 대해 기분이 묘했다. 그 당시 나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다 드러냈기 때문일까. 홀딱 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특히, 브런치는 더 그랬다. 눈치 보지 않고 내 생각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친한 친구에게도 공유하지 않고 꽁꽁 숨겨두던 브런치였다. 가장 힘들 때 알게 된 플랫폼이었고, 내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한 번에 작가 신청을 통과시켜준 고마운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애정 했다. 아무리 머리가 복잡해도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고 간혹 가다 응원의 댓글이라도 달리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속 시원하게 내 이야기를 꺼내 놓기가 조금은 두렵다. 채용 담당자들이 세세하게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면서 내 글을 골라 읽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겠지만 혹여나 내 글이 취업에 마이너스가 될까 봐 눈치가 보인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정신과를 다녔던 일이나 어떤 마음으로 워홀을 떠났는지 왜 최근에 스페인에 다녀오게 되었는지 보게 된다면 글쎄, 내 경험들이 마음에 든다고 할지라고 채용을 다시 고려하는 곳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나는 브런치가 간절히 필요하다. 나의 콘텐츠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나만의 안식처로서의 브런치가 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지고 수십 개의 생각이 실타래처럼 단단히 얽혀 어떻게 풀어낼지도 모르겠어서. 그리고 더 이상 친구들에게 답 없는 나의 고민들을 털어놓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며칠 만에 용기를 내어 브런치를 열었다. 오늘은 이렇게 짧게 끝내지만 조금씩 더 용기를 내서 다시 솔직하게 내 고민에 대해 적어봐야겠다. 서두르지는 않지만 너무 늦지 않게 나의 안식처를 다시 찾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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