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 써 봄 Feb 16. 2024

오후 1시 그날의 전화벨

어머니 애 데려가세요.

'징~~' 늘 조용하던 휴대폰의 진동 소리가 울린다.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1시. 엄마의 촉이 발동한 걸까? 그저 울리는 진동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걸려올 전화는 스팸. 혹은…… 

예상대로 발신자에는 2학년 2반이 떠있다. 학교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이 시간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는 아이가 다쳤든지, 쓰러졌든지.

'받기' 초록 버튼을 밀어 올리는 짧은 찰나에 많은 생각이 스친다. 


“네, 선생님!” 

“지구 어머님이시죠?”

“네, 말씀하세요.” 

“지구가 오늘 마스크를 자꾸 벗으려고 하고, 제가 너무 힘든데 지금 데려가실 수 있으세요?” 

“네, 바로 가겠습니다.”  


옷을 서둘러 입으며,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일어났는지 머릿속으로 추측해 본다. ‘소심한 애가, 마스크를 벗으려 한다고? '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어. 10분 거리의 학교를 3분 만에 뛰어갔다. 


아이는 계단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불안해 보였다.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주자 천천히 걸어온다. 그 모습이 어쩐지 측은해 마음이 내려앉는다. 선생님의 배웅에도 우리 둘은 별 말이 없었다. 엄마의 안색을 살피던 아이는 끝내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냥, 마스크가 답답했어.”

아이는 답을 했지만 나는 답을 못 들었다. 힌트는 얻었지만 답을 몰라 답답한 걸음이 계속 됐다. 


 공원 낮은 돌담 위를 걷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이게 무슨 일이지? 곱씹어 보지만, 쉽게 답을 알 수 없었다. 조용한 침묵 속 아이와, 복잡한 마음의 내가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교 40분 전 엄마에게 아이를 데려가라는 선생님의 지시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을 곱씹을수록 조금 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복잡하게 밀려오며, ‘지구가 교실에서 쫓겨났다.’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곧 하교인데, 겨우 40분을 먼저 데려가라고 부모에게 전화를 한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은 목요일, 이렇게 하교를 시켜버리면 그럼 내일은 등교를 하지 말란 얘긴가?라는 생각에 이르자 화가 나기에 이르렀다. 



지구는 코로나 키즈다.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 졸업식도,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했다. Ebs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인 줄 알고, 2달을 보냈다. 모든 1학년이 한다는 ‘우리들은 1학년’ 책도 받아 보지 못했다. 12평 좁은 빌라에서 쌍둥이 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초초한 1학년 엄마는 그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ebs 수업을 하루라도 빠지면 아이가 뒤처질 것 같았다. 내 불안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구가 수업을 거부해서, 소위 말하는 등짝 스매싱을 맞고 울며 자리에 앉은 적도 많았다. 아이의 첫 등교는 5월이었다.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감사하고 학교에 잘 적응하길 바랐다. 

코로나 키즈의 등교는 들쑥날쑥했다.  온라인수업도 있었고, 학교로 등교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는 줌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힘들어했다. 재택 알바를 하며, 아이의 학업과 식사, 놀이 모든 것을 챙기기에 나도 무척 버거웠다.


처음 1학년 선생님과 통화를 했을 때, 아이가 착석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적응이 잘 안 돼서 그랬을 거라고, 정말 죄송하다고 전화를 끊었고,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앉기 싫을 때 할 수 있는 별의별 방법들을 다 알려주고, 아이가 학교에 가면 간절히 기도를 하였다. 오늘은 무사히 견딜 수 있기를... 


그 후로 2-3번 정도 돌아다닌다는 전화를 받았었다. 그 후로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겨, 전화는 늘 진동으로 해 놓고 지내게 되었지만, 착석 외에는 별 탈 없이 1학년을 마쳤기에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2학년 한 달 조금 지난 때에, 아이가 수업시간에 쫓겨나게 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위클래스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1학년때 담임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착석하기 힘들 때에는 상담실에 방문해도 좋다고 허락한 터였다.  2학년 되어서도  상담실에 다녀오는 것들은 알고 있었다. 2반 맞은편에 상담실이 있어서인지, 요즘 들어 자주 상담실에 다녀왔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상담 선생님이 파악하신 지구의 상태를 알고 싶었다. 


지구의 오늘 사정을 이야기했다. 선생님께서는 나를 위로해 주시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머님~ 오해 말고 들으세요. 혹시 지구가 병원 진료를 받아보면 어떨까요?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저희 애도 adhd약을 복용하고 정말 많이 좋아졌거든요. 우리 지구가 똑똑하고 영리한데, 자기 조절이 잘 안 되는 모습을 보여서, 착석이 잘 안 되잖아요~ 병원 진료를 받아 보았으면 해서요. "

“지구가 adhd라는 말씀이세요?”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여서요~ 한번 고려해 주셨으면 해요.”


기가 막혔다. 우리 애가 adhd라고? 나도 아이들에 대해서는 전문가였다. 어린이집 교사를 10년간 하며 adhd인 아이들을 자주 봤었다. 우리 아이가 adhd 일리가 없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기가 막힌 이야기에, 다음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나에게는 합리화할 수 있는 무기가 있었다. 지구는 11월생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을 수 있는 월령이다. 지구는 태권도도, 방문 학습지 선생님과도 수업을 잘 해냈다. 폭력성도 전혀 없는 우리 지구, 동생들에게 너무 양보만 해서 그러지 말라고 말릴 정도로 착해 빠진 아이였다. 친구가 자길 꼬집으면 그 아이가 선생님께 혼날까 봐 그냥 참고 마는 아이.

그런 아이가, adhd라니… 학교에 내편은 없었다. 수업도 못 마치고 아이가 하교도 하게 된 판에, 문제아로 생각될 것은 뻔했다. 



방법은 하나였다. 병원 진료를 받자! 아니라고 진단이 나오면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겠지.

서둘러 주변에 있는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2달이나 대기가 있다고 했다.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할 것인가? 고민을 했지만  이왕이면 큰 병원서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하여, 예약을 하고, 되뇌었다.



adhd는 절대 아니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