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애정의 힘 02화

Space, 공간의 미학

공간은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by 바나바


사진, 독서 , 뮤지컬, 클래식, 캘리그라피, 글쓰기, 뇌과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를 사랑합니다. 그중 빠지면 섭섭한 게 공간입니다.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알아간다면 비로소 그 사람을 알아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함께 예배하는 교회가 될 수도 있고, 사람들과 웃으며 놀이기구를 타는 놀이동산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간 중 3개를 뽑아보았습니다. 책방, 교회, 학교 순입니다.


책방의 미학

이미지 출처: 바나바, 경주 어서어서 책방


서점, 책방과 도서관이 다른 점은 책이 나를 바라보고 있느냐입니다. 나를 주목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책들에 있어서 도서관에서는 자신의 일부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서점과 책방은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케팅 전략일지 모르지만, 저 같은 책 덕후에게는 반가운 일입니다. 책 때문에 얇아진 지갑으로 섣불리 구입할 수는 없지만 말이죠.


서점과 책방 중 책방으로 초점을 맞춘 건 비단 책방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책방만이 가진 공간의 특별함이 있어서입니다. 소설과 수필을 좋아하는 책방, 영화를 좋아하는 책방, 동화책을 좋아하는 책방이 모두 다릅니다. 그건 모두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책방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돌았던 경주, 포항 책방 투어는 값진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책을 좋아하기에 책방을 좋아하는 걸 수 있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면 아이돌이 있는 콘서트장이 좋고, 뮤지컬을 좋아하면 극장이 좋은 거겠죠.


다름에 있어 책방을 좋아하는 겁니다. 서점은 비슷한 책이 많고, 문제집도 있죠. 실용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격증과 토익 책으로 인해 개성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책방을 더 좋았던 것도 맞습니다. 현실에서 필요한 스펙과 공부에 관한 책이 아니라 ‘책’만이 가진 고유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깐요.


작년 책방 투어를 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책방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어떤 지역을 가든지 책방 먼저 찾아볼 정도죠. 저의 성향과도 잘 맞아 더 애틋하게 여기는 것만 같습니다. 타인보다 높은 외향성이지만 시끄러운 곳보다 고요하고 차분한 걸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겠죠. 책방의 매력은 무한하지만 이쯤에서 책방에 관련된 글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아니면 끝없이 이야기하다 다른 장소를 이야기 못할 거 같거든요.



교회의 미학


교회가 가진 공간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간에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십자가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교회와 교인을 보면서 한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회에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화가 나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었죠.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태복음 18:20)


성경 말씀에 따르면 교회는 단순한 건물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쓰는 글은 공간에 초점을 맞췄으니 이 이야기는 배제하고자 합니다. 혹시 교회 건물이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 분은 따로 이야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위에 있는 사진은 대학교의 채플 공간, 곧 교회입니다. 이곳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모양으로 건설하였습니다. 독특한 구조지만 실제 들어가면 높은 층고의 평범한 교회 건물입니다. 서울에는 전 세계의 가장 큰 교회 5개가 다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교회수는 많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1만 1686개의 교회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교회가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많은 교회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교회는 점차 다양하게 모습을 변형하고 있습니다. 공유 오피스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예배당을 따로 짓지 않기도 합니다. 이 변화가 좋은 시발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공간은 힘을 가집니다. 좋은 공간도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공간에 힘을 쓰는 걸 이젠 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교회 풍요 사회입니다. 교회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교회가 가진 본연의 의미를 지키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노아의 방주

-구약성경에 기록된 설화에 등장하는 배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의 전승 기록 속에 등장하는 직육면체 모양에 문이 옆에 있고, 뚜껑이 위에 달린 물에 뜨는 구조물이다



교회를 이야기하면, 빛의 교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명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입니다. 틈을 내어 빛이 십자가를 만들어내는 구조이죠. 빛의 교회가 특별한 건 사진 속 십자가 때문이 아닙니다. 들어갈 때의 굽이 굽이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나면 탁 트인 공간에서 마주한 십자가의 경의로움에 있습니다.


공간이 좋은 이유는 공간이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들어가면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게 되고, 말씀에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습니다. 기도와 영적인 흐름과 함께 교회라는 ‘공간'에 있습니다. 여행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빛의 교회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의 미학

이미지 출처: 바나바, 한동대학교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간에서도 나타납니다. 어떤 아이는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에서 자라고, 어떤 이는 녹슨 놀이기구가 있는 곳에서 자라니깐요. 교실 속에서 일어나는 교육만 생각하면 공간이 가진 힘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7살 때까지 통영에 있는 작은 섬에서 자란 건 교육의 결핍이 아니라 풍족이라고 믿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생명체를 보고, 함께 놀이터에서 뛰어놀았던 섬의 곳곳의 장소가 교육이었고 학교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많이 뛰어놀라고 하지만 지금의 어린아이들은 흙조차 밟아볼 일이 없지 않은가요. 그 사실이 조금 씁쓸해집니다.


공간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사고 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교 공간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 책은 죽비와 같은 일성을 던진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제 인생에 많은 공간을 차지한 곳만 이야기한 거 같습니다. 책방(서점), 교회, 학교가 제 공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로운 곳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갔던 곳을 다시 방문합니다. 실은 이 세 곳은 타의든 자의든 계속해서 가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축가인 유현준 교수님은 학교에 대해서 ‘교도소'와 다를 게 없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에 많은 부분에 동감합니다. 학창 시절, B급 감성에 젖어있던 “학교라는 교도소에 갇혀"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대학에 와서도 학교라는 건물이 중, 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회색이었던 학창 시절과 달리 건물이 갈색의 벽돌로 된 게 다르다면 다른 점입니다.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학교가 차별화 없이 똑같은 구조라는 사실에 슬프기만 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학교를 짓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실상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죽이기만 합니다.


높은 층고로 된 건물은 다양한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는 논문이 있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운동이 뇌의 활동과 공부에 도움된다고 하지만, 운동장은 좁디좁습니다. 학교 공간을 바꿔야 한다는 수많은 논증이 오가지만 학교의 변화는 더디기만 합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다양한 공간을 방문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공간의 미학을 알게 되었다면


공간이 가지는 힘을 알게 되었다면 다양한 곳을 경험하기를 권합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어느 곳을 가든지 비슷하다는 겁니다. 특히 프랜차이점이 많아 여기가 홍대인지 어느 지역의 한 곳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죠. (물론, 인구 밀로도 인해 바로 구분이 되지만요….) 제가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건 경험하기에 책 보다 편하고 쉬운 게 없어서입니다.


지금, 일상처럼 있었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나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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