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애정의 힘 01화

Photo, 찰나의 아름다움

내가 사랑하는 것들

by 바나바


순간의 찰나, 사진의 아름다움

6BAEE874-DC4A-4E0C-8BBD-2CA30142CDC1_1_105_c.jpeg 출처: 바나바 / 장소: 포항 -영일대 사진

그림과 사진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사진'을 고를 겁니다. 그림 실력이 사진 실력보다 모자라서도 있지만 순간의 찰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림에는 찰나보다 찰나의 연속을 기록하죠.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 안에 있는 것도 그려낼 수 있는 게 또 다른 매력이라 봅니다.


사진의 구도, 색감, 분위기, 연출까지. 사진보다 영상이 대세라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멈춰있는 게 더 좋습니다. 책, 사진, 캘리그래피 모두 멈춰있습니다. 살아있는 순간 오직 만드는 순간뿐입니다. 창조된 이후에는 죽게 됩니다. 그게 그것들의 성질이고 그 성질이 좋아 사랑하게 된 거죠.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가 넘치는 이곳에서 담백함이라는 가치는 더 눈에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매체가 우리 뇌에 쾌락을 주어 더 눈에 뜰지 모릅니다. 하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건 오래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우리가 햄버거, 피자가 맛있어도 밥처럼 계속 먹을 수 없는 건 밥처럼 담백하지 않아서입니다. 매일 책을 읽지만 자극적이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사진도 저에게는 책과 같습니다. 아! 물론 책에서 보는 사진이요.



사진에 담긴 따스함, 그 따스함을 애정 합니다.

6C79D0FA-A0B6-4EA3-A784-E2B867B97485_1_105_c.jpeg 출처: 바나바 / 장소: 경주 월정교 사진

어떤 이는 동화 같은 사진이 별로라고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진이 가지는 의미를 못 찾겠다고 하죠.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현실적인 사진, 사람들의 삶이 들어있는 사진 모두 좋습니다. ‘현실'의 어두운 사진만 찍거나 현실과 똑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사진 말고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이상의 간격'이 좋아서 사진을 찍습니다. 실제로 제 삶은 제가 찍은 사진처럼 따스하지 않습니다. 시끄러운 사람들의 말소리, 뒤엉킨 음식 냄새 등 현실이 있는 곳에서 찍죠. 꿈속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니 눈을 떠서 사진을 찍고 보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정 후 사진을 대면할 때, 따스함을 만낏하고 사람들과 나눕니다. 사진이 필요하다면 사진을 나눠주고, 그 사람이 떠오르면 보내줍니다. 저에게 사진을 찍는 목적이자 이유는 현실과 이상이 좋아서만은 아닙니다.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과 그 사진을 사랑하는 제가 좋아 찍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냐면

XL.jpeg 출처: yes 24 서점,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
흰머리, 주름, 잡티, 여드름을 짜고 난 흔적, 나이와 함께 더욱 출렁거리는 뱃살… 디지털 세계에서는 쉽게 감출 수 있는 것들이 필름으로 찍어놓으면 그대로 드러납니다. 뜻하지 않은 말실수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냅니다.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멀어집니다. 지키지 못한 작은 약속으로 아이가 삐칩니다. 이런 실수들을 ‘Delete’ 버튼으로 간단히 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 다시 하자”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들이 우리를 가르칩니다. 큰 상처는 크게, 작은 상처는 작게… 내가 하지 말아야 할 말, 행동, 생각, 태도 등을 알게 해 줍니다. 그 실수들이 모여서 나를 이룹니다.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 중에서


이 에세이를 읽으면 5년 뒤, 10년 뒤 어떤 사진을 찍을까? 하며 혼자 물었던 물음에 답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만났던 학생들, 아이들. 사람을 찍고 싶었습니다. 카메라 렌즈에 풍경을 담을 때와 사람을 담을 때는 다른 감격을 느낍니다. 렌즈 속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가기에 자연과는 다른 경이를 느끼는 거죠.


사람을 담고 싶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달려온 인생이라 봅니다.

끝내 어떤 사진을 찍고 싶냐고 묻는다면,


내 시선에 끝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기록하고 싶습니다.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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