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았던 그 절경은
원효대사는 이런 배신감이었을까.
그 꿀맛이던 물이 해골물이었다니요.
내가 미쳤던 건가.
나는 그때의 그 절경에, 절정에 머물러 있나 봐.
여전히 나 그 정상을 오를 기회가 있다고 믿나 봐.
그래서 그 시도조차 유보하고 있나 봐.
나는 아직도 아이 같아.
나 스스로가 느끼기에 아직 성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아.
나는 아직도 애새끼야. 누군가를 책임지고 길러낼 생각도 안 해봤는 걸.
그래서 아직도 꿈이니, 감동이니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나.
누군가는 말했어. 그런 건 결혼해서도 둘이서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맞아. 난 둘이서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둘이어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면 갑자기 모든 걸 포기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디딤돌로 밀어줄 수도 있다고 믿어.
그런데 그게 꿈이라고들 하더라.
어쩌면 난 공상가인가 봐.
그런데 넌 나에게 사랑은 하지 못하겠다고 했잖아.
넌 너의 인생에 사랑은 이제 없다고 말했잖아.
넌 너의 인생에 사랑은 없지만 나 정도면 본인이 책임질 수 있고,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고 말했잖아.
나는 정말 정말 많은 생각과 많은 감정이 불꽃놀이처럼.
참. 잔인하기도 하지.
끝까지 이러니.
J야, 책임진다고 말했지. 너.
너 책임이 얼마나 무서운 건 줄 아니.
너 사랑 없는 결혼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
나의 입장에서 말하는 게 아니야.
너의 입장에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랑 애를 낳고 산다는 게
사랑이 없는 입장에서 얼마나 그 여자가 증오로 변할지 아니.
너는 나를 사랑한 적도 없기에 나를 증오하게 될 거야.
나 말고 네가 날..
그럼 난 말해 내가 미안.
곧이어 넌 내가 네 인생을 망쳤다고 여기겠지.
나는 죽을 때까지 네가 나를 사랑하나, 안사랑하나 몹쓸 테스트질을 할거야.
너의 말 한마디에 천 가지 의미를 담아두고, 치매가 걸려서도 기억할거야. 상처되었던 말을.
네가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평생 너를 원망할 거고. 줄곧 너만을 사랑해 왔는데.
내가 ‘결혼하자’ 그 말이 그토록 듣고 싶던 말인데도, 내가 너를 거절한 이유는 딱 하나.
너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의 상대가 내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야.
불행히도, 나는 꽤 현실적이기도 하다는 걸 아니.
내가 조금 더 동화를 믿었으면 너에게 정말 하루 만에 직장을 관두고 너 있는 해외로 날아갔을 텐데.
네가 그렇게 좋으면 오라던 그곳으로 난 날아갔을 텐데.
그래서 나는 너에게 매달릴 수도, 술김에 연락할 수도, 번복할 수도 없이.
오롯이 이 혼자를 견디고 있어.
그리고 꼭 내 꿈을 이뤄서 너에게 해명하고 싶어.
이래서, 이거 때문에 그런 거라고. 거 보라고. 역시 그렇질 않았느냐고.
내가 너를 응원하듯이 너도 나를 응원해 줄 거지.
너도, 나도 우리 꼭 꿈을 이루자.
너는 결혼, 나는 행복.
그거면 나 이번에 너를 놓아준 걸 다행으로 여길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