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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어른이나 월요일은 힘들지, Time to go!

by 김트루

애가 없을 때는 그렇게 주말이 아쉬웠다. 일요일 오후 5시부터 다가오는 월요일의 무게는 실로 엄청나서 더욱더 남은 주말을 즐기고자 발버둥을 쳤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곗바늘을 끈질기게 붙잡고서는 놓아주지 않다가 결국 놓아버리는 건 내 정신줄이었다. 너무 가기 싫은 회사를 그냥 퇴사해 버릴까. 이 정도로 가기 싫은 거면 회사가 나한테 안 맞는 거 아닐까.

아니야, 그만두면 뭐 먹고살 건데. 학자금 갚을 거 생각해야지.

아, 학자금 언제 다 갚지.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나는 맥주 안주를 입에 물고 결국 항복한다.

그렇게 월요일을 미워하던 나도, 어느새 그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정확히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이유가 달라졌다.


왜? 월요일엔 애가 어린이집을 가니까.


토요일 오전이 되면, 계획 없이 살던 사람도 부모가 되면 달라진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애가 좋아할 만한 건 뭐가 있을까?’

주말은 이제 ‘쉼’이 아니라 ‘미션’이다.


동물원을 갈까 아니면 키즈카페를 갈까. 새로 생긴 대형 카페는 예스 키즈존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저녁은 어디서 먹을지 대략적으로라도 정해놔야 짐을 싸고 출발할 수 있다.


그렇게 토요일과 일요일 연달아 이틀을 겪고 나면 남편과 생기는 건 전우애를 넘어서 서로를 향햔 연민과 그렇게 주말을 또 한차례 잘 보냈다는 안도를 한다.


그리고 다가온 월요일 아침, 애가 커브볼을 던진다.


"엄마, 나 어린이집 가기 싫은데.."


월요일 오전 8:10, 비상이다.

애 입에서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소리가 나왔다.


"왜? 가서 선생님도 만나고 친구들이랑도 재미있게 놀면 정말 좋을 텐데~?"

최대한 구슬려 보지만 아이는 단호하다.


"집에서 엄마랑 놀고 싶어."


문제는 이거다. 주말을 찐하게 보내고 나면 애가 월요일에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주말 이틀 내내, 엄마와 아빠와 함께 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오직 자신이 원하는 대로 놀고 말하는 삶을 보냈으니 어린이집에 가고 싶을까.


월요병이라는 게 참 무섭다. 애나 어른이나 이래서 월요일은 다른 의미로 힘들다.

어른은 회사에 가기 싫고, 애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나는 혹여라도 애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을까 봐 괜히 마음이 다급해진다.

옷은 저 멀리 두고 거실 한 구석에서 놀고 있는 애를 향해 최대한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Come on~!" (컴온~!, 어서~!)

"let's put on your clothes~" (렛츠 풋 온 유얼 클로즈~, 옷 입자~)

"It's time to go or you'll be late~" (잇츠 타임 투 고 올 유 윌 비 레이트~,

갈 시간이야 안 그러면 지각이야~)


슬슬 목소리가 높아진다.

결국 오늘도 나는 외친다.


"Put on your clothes now!" (풋 온 유얼 클로즈 나우!, 당장 옷 입어!)

"It's time to go! come on! Hurry up!" (잇츠 타임 투 고! 컴온! 허리 업!,

갈 시간이야! 어서! 서둘러!)


월요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어른은 회사 가기 싫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른은 울지 못하고 아이는 울 수 있다는 거다.


격양된 내 목소리에 아이가 울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다가 어린이집에 가져가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쥐어준 젤리를 보며 이내 웃으며 옷을 주섬주섬 입고 신발장으로 간다.


문 앞에서 신발을 신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언젠가 이 아이가 혼자 알아서 가겠지.

그땐 또 월요일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겠지.


근데.. 그런 날이 진짜 오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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