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언제나처럼 밥상을 차린다.
최대한 맛있어 보이게 담은 다음에 야채는 스리슬쩍 고기 밑으로 숨긴다.
그렇지, 한 번에 오면 너무 밋밋하지.
그러면 아이는 놀던 장난감을 그제야 엉거주춤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선 항상 묻는다.
"엄마 오늘은 뭐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톤. 아주 덤덤하게 그리고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맛있는 소고기랑 흰밥, 미역국 그리고 몸에 좋은 브로콜리 볶음이에요."
그 순간 아이의 표정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나 초록색 싫은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밀고 당기는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엄마가 브로콜리 진짜 맛있게 볶았어!"
하지만 아이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린다.
이런저런 실랑이가 오가고 저 두 손을 어떻게 하면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쓴다.
"이거 한 입 먹으면 엄마가 이따 젤리 줄게."
"무슨 젤리요?"
결국 아이는 젤리라는 말에 브로콜리 가장 끝쪽 몇 안 되는 조각들을 흰밥 가득한 수저에 얹어 입에 넣어본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씹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우웨에엥!"
뱉고 싶어서 울상인 얼굴로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그러다 결국 물과 함께 꿀꺽. 다시는 브로콜리 근처에는 젓가락도 대지 않는다.
나머지 좋아하는 반찬과 밥을 다 먹은 아이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한다.
브로콜리 1g과 바꾼 젤리 1개.
이게 맞는 건가 싶다가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젤리를 쥐어준다.
"다음에는 엄마가 더 맛있게 해 줄게. 또 도전해 볼까?"
"네! 그때도 먹으면 젤리 줘요?"
애 야채 먹이려다 젤리만 더 먹이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먹어주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같이 요리를 해보는 방법도 있는데. 하, 그건 앞이 너무 캄캄하다.
그래도 해내야지.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까.
이렇게 오늘 브로콜리는 실패했다. 내일은 콩나물에 도전해 보자.
콩나물 무침을 할까, 콩나물밥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