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로커 베이비스

무라카미 류의 소설 중에서도 독보적인 그의 작품

by 전자특급


무라카미 류의 문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트라우마를 가진 여성의 이야기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서 이야기의 주체는 항상 트라우마를 가진 매력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그의 초기작 버려진 아이들의 반란(코인로커 베이비스)을 보면 트라우마를 가진 두 명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들의 이야기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서는 예외적이라 할 만큼 찾아보기 힘든 주제이다.

물론, 어찌 보면 단순히 성별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차이로 인해 소설의 정체성 자체는 완전히 달라졌다.


초기작, 무라카미 류가 남자라는 지점에서 트라우마를 지닌 남자들의 이야기인 코인로커 베이비스는 대단히 밀도가 강한(우주에서 제일 밀도가 높은 물체 예로 들어서) 이야기가 되었다.

그가 트라우마를 가진 여성을 묘사할 때는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묘사를 하곤 하는데 그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묘사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무라카미 류의 자기 검열이자 일종의 결벽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와 같은 성을 가진 남자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류는 달랐다. 주인공과의 거리감이나 객관성은 찾아볼 수 없고 마치 모든 상황과 감정을 폭발시키듯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화제들이 등장하고 장르 또한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든 수준이다.

필자의 경우 소설책은 보통 한 번에 100page정도, 3일에 걸쳐서 한 권을 읽는데 코인로커 베이비스의 경우 500page의 분량을 읽는데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페이지가 바뀔 때마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종 잡을 수 없고 다양한 묘사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30page만 읽어도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무척 인상 깊은 소설로 다가왔다.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들의 성장기, 무의식과 최면의 이야기, 마켓이라 불리는 디스토피아 적 SF세계관, 동성애, 총기를 가진 혼혈아의 이야기, 마약에 관한 이야기, 로맨스, 밴드, 동성애, 감옥에 투옥된 이야기, 등등 하나의 소설 속에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느낌이다.

보통 이러한 경우 옴니버스식 소설의 구성으로 다가오기 쉬운데 코인로커 베이비스의 경우 이야기의 밀도 자체가 너무 높아서 다른 장르,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도 '지독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태어난 남자아이 둘'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주제의 전환을 환기시키지 못하게 막는다. 이것은 무척 특이한 경험으로 마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기묘한 느낌을 주는 하시의 노래를 글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다.


트라우마는 인간을 구성하는 주축이다.

어떤 사람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그것이 자신의 인생 자체를 가로막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구축한다.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함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간다.

그리고 마지막 부류의 인간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형이하학의 영역으로 끌어내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 시키는 '예술가' 가 된다.

이러한 나의 이러한 발상으로 인해 트라우마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표현하는 무라카미 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이자

일면식 없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일방적 정신적 동지이다.


태어난 순간 코인락커에 버림받은 사내아이가 그토록 찾아 헤매이던 소리는 어머니의 심장소리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끝내 그 소리의 정체를 찾아내진 못했고, 대신 다양한 소리를 찾아듣고 연구하는데 인생을 바쳤다.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P.S

코인로커 베이비스가 1980년에 나온 작품인데 책의 발매일 기준으로 40년 후에 나온 용과같이7 이라는 일본의 유명 스리즈물 게임에서 오마쥬 되기도 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촬영감독님께서 말씀하시길.

'평소에 책을 읽는것을 좋아하진 않는데, 모든 창작물을 통틀어 코인로커 베이비스 소설을 제일 흥미롭게 읽었다.' 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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