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유행한다는 MBTI를 해보면 나는 ISFP 유형의 자유로운 모험가이며 남편은 ENTJ로 대담한 통솔자형이다. 나는 적절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무계획의 다소 즉흥적이며 자유로운 성향이지만 남편은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얻으며 생각하며 계획하고 예정되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의 사람이 만나 서로 끌리고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 수 있을까? 결혼 3년 차인 우리는 아직도 서로가 신기하다.
처음 남편을 만났던 2019년의 겨울, 사실 첫 만남부터 우리는 정말로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 느꼈다. 그래서였나 이 사람의 생각이 참 궁금했다. 궁금함이 좋아함으로 좋아함이 사랑함으로 점점 변하면서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서로 다른 성향이 살면 알아가야 할 것들이 투성이니 매일이 새롭고 신선하며 재미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이해하고 포용해야 할 범위가 넓어진다. 혹시 그것이 내 생각으로는 이해가 안 되더라도 말이다.
남편과의 첫 여행, 남편은 우리의 완벽한 첫 여행을 위해 엑셀 파일로 3박 4일의 부산 여행 계획을 세웠다. 엑셀 파일에는 타임테이블별로 우리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세심하게 기록되어있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던 예쁜 카페의 브런치와 내가 가고 싶어 했던 부산 떡볶이 집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맞춤 계획표였다. 그런 남편이 참 고마웠고 또 나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지닌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부산여행을 가니 시간 시간마다. 하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이 변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당황하는 남편을 보며 우리 여행의 목적은 서로가 휴식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려는 것인데, 그에 따라 계획은 유연하게 수정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계획상의 3분의 1도 지켜지지 못한 채 우리의 부산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여행에 다녀온 뒤로 우리는 서로의 다름과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신혼생활은 3박 4일의 부산여행과 같이 서로를 이해하고 또 다듬어져 가고 또 서로가 깎여가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이었다. 매 순간 나를 주장하고 이기고 싶은 마음과 또 사랑으로 이해하며 지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신혼초에는 매일 그런 마음충돌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과 우리의 노력이 쌓이며 결혼 3년 차인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묻는다.
"여보 우리 주말에 몇 시쯤 어디에 가볼지 계획해볼까!? 여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에 나도 가고 싶어."
그럼 남편은 이야기한다. "우리 그냥 주말의 여보에게 정하라고 하는 건 어떨까? 나는 여보가 편한 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