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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Aug 26. 2023

빨래 잘 마르는 날

강원도 육아일기, 네 번째

꿉꿉했던 장마가 지나가고 이곳 강원도 인제의 날이 화창하게 개였다. 언제 다시 흐릴지 모르기에 서둘러 쌓아 두었던 빨래를 하고 간이로 만든 기다란 빨랫줄에 하나하나 집게를 집어 옷을 널었다. 아침 햇볕아래 살랑살랑 흔들리는 아기의 옷을 보니 내 마음이 개운하다.    

날이 좋아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가보았다. 서울에서의 산책의 종결지는 항상 집 근처 대형 카페들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농사짓는 밭 그리고 이웃집이 전부다. 산책길은 울퉁불퉁 제멋대로여서 유모차 운전을 능숙하게 해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아이도 눈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산책을 하다 이웃집 할머니의 농사짓는 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할머니는 파를 심다 마시고는 이내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니 몇 살이고?" 처음 보는 할머니를 보고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지만 두 번째 산책에서 같은 할머니를 만나니 이번에는 아이가 먼저 손을 내민다. 이웃집 할머니는 아이와 함께 집에 언제든지 놀러 오라며 애 키우려면 엄마가 힘들겠다고 위로의 말씀도 건네주신다.

매일 같은 산책길이지만 흐렸다가 개였다가, 하늘이 높았다가 낮았다가, 구름이 많았다가 적었다가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이 새롭다. 서울에서는 왜 그런지 하늘 한번 보지 못하고 하루를 끝내기 바빴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아이의 간식을 위해 아빠가 농사짓는 땅에서 감자 몇 개를 캐왔다. 감자를 찌고 있자니 또다시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간다.   

이제는 완전히 뽀송해진 빨래를 걷어 집안에 들이니 오늘하루의 끝이 개운하다. 소소한 이곳의 일상에 맑게 개인 하늘 아래 뽀송해진 빨래는 커다란 감사가 된다.


✍️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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