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추석의 긴 연휴를 맞아 다시금 강원도 인제에 내려가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기대감에 코끝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이 너무나 반가웠던 9월이다. 더욱이 서울에 올라가니 다시 아토피가 올라와 가려운지 팔다리를 벅벅 긁고 있는 아이덕에 하루라도 빨리 공기 좋고 물 좋은 강원도에 내려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추석연휴 전날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아이의 아빠보다 이틀 먼저 인제에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양손에 캐리어를 밀고 성인이 3번은 왔다 갔다 해야 옮길 수 있을 만한 짐을 차에 한가득 실어 아이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외할아버지댁인 이곳 강원도 인제에 다시 내려왔다.
비내리고난 강원도 인제의 집 앞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덕에 또 아이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함께 한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쭉 풀린 탓인지 강원도 인제에 도착한 날, 밤사이 내리 12시간을 자고 또 다음날까지 낮잠을 2시간은 자고 나니 정신이 조금 든다. 아이보다 조금 더 많이 잔 것 같아 조금은 멋쩍지만 기지개를 쭉 켜며 강원도의 상쾌한 공기를 흠뻑 마시니 머리가 개운하다. 오후가 되니 아이의 외할아버지는 쌀 두말을 차에 가득 실어 명절동안 먹을 가래떡을 뽑으러 방앗간에 가고 외할머니는 사위와 며느리가 오면 함께 먹을 갈비찜을 재운다. 10개월에 막 들어선 아이는 집에서는 엄마만 쫓아다니기 바쁘지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함께하는 이곳에서는 외할아버지에게 안겼다가 외할머니에게 안겼다가 꺄르륵 꺄르륵 웃음꽃이 핀다. 마당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왔다가 기어 다니고 잡고 일어서며 빨빨거리며 다니다가 체력을 모조리 소진하고 나니 낮잠도 잘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외할아버지 밭에서 막 캐논 감자와 고구마를 쪄먹고 앞집 할머니가 밤나무에서 막 따다 주신 무르익은 가을밤을 간식으로 먹는다.
앞집 할머니집의 밤나무
저녁에는 가족이 둘러앉아 아이의 개인기를 감상한다. '짝짝꿍, 메롱, 도리도리, 사랑해요, 기도손, 잼잼, 빠빠이'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동작을 따라 하는 아이덕에 배꼽을 잡고 웃음꽃이 핀다. 이 시간에는 그간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것을 싹 잊은 채 이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 일이 된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연휴가 시작되면 남편과 친오빠와 새언니도 합류하는 더욱 풍성한 공동육아의 장이 더욱 기대가 된다. 육아는 역시 함께할 때 즐거움이 배가된다. 올 연휴는 임시공휴일 덕분에 어느 때보다 길고 풍성한 추석이 될 것 같다.